'고금리에 취약 공시했어야'…SVB사태 소송전으로(종합)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주주들이 이 은행의 모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SVB 파산 이후 처음 제기된 소송으로 앞으로 비슷한 소송이 잇따르면서 이번 사태가 도미노 소송전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SVB 주주들은 이날 이 은행의 모기업인 SVB 파이낸셜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그레그 베커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대니얼 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 소장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연방법원에 접수했다.

사태의 배경인 고금리에 취약한 자산 구조라는 특수성을 공시하지 않아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주주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 은행 평균보다 현금성 자산은 적고 증권 투자 비중은 높은 SVB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2021년 1월16일부터 이달 10일 사이에 있었던 SVB 투자자들의 불특정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금리 상승에 취약한 사업 기반과 스타트업에만 집중된 고객층으로 다른 은행보다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경영진이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SVB는 고객층이 다양하게 분산된 다른 대형은행과 달리 스타트업에만 집중되어 있고 자산구성도 금리 인상에 취약한 채권자산 중심으로 구성됐다. 무엇보다 예금자보호가 되는 예금 비중이 12%밖에 되지 않아 대규모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에 보다 더 취약했다. 이런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회사 측이 미리 알리지 않아 피해를 봤다는 것이 주주들의 주장이다.

이번 소송은 SVB 파산 이후 처음 제기된 소송으로 앞으로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SVB는 팬데믹 시기 벤처 호황에 따른 대규모 예금 유입을 대출보다는 미 국채 등 금리 관련 자산에 큰 비중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보유채권 손실이 확대되고 예금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돼 폐쇄됐다.

전날 미 금융규제 당국은 SVB 붕괴가 2008년 금융위기 같은 대규모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은행 예치금을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는 자금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제1팀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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