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에 치솟은 美국채·금값...달러는 약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러운 파산 여파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뱅크런(대규모 자금인출) 전이가 우려되는 은행주가 주가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와 국제금값은 일제히 뛰어올랐다.

13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60bp 이상 떨어져 3.91%선까지 밀렸다. 이는 작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주 5%대를 돌파했던 2년물 금리는 SVB 사태로 인해 불과 3거래일만에 3%대 후반까지 내려앉았다. 경제매체 CNBC는 "2년물 금리가 3거래일 간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며 "이는 1987년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하락세"라고 전했다. 당시 채권시장은 S&P500지수가 하루 만에 20%이상 폭락하며 함께 요동쳤었다.

급격히 고조된 SVB발 금융시장 불안감을 고려하더라도 과거 블랙먼데이급 충격에 맞먹는 이례적인 하락세인 셈이다. 이러한 국채금리 하락은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 상승을 가리킨다. 같은 날 10년물 금리 역시 15bp이상 하락한 3.54%선을 나타냈다. 지난 9월 4%를 넘어섰던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3.41%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러한 국채금리 하락세는 SVB 사태로 금융리스크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진 여파다. 예금자와 금융 시스템 보호를 위한 미 연방정부의 긴급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경계감은 지속됐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장중 10%이상 뛰어 28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5개월 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하며 금값도 뛰어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장 대비 온스당 49.30달러(2.6%) 상승한 1916.50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달러는 이번 사태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기대가 완화하며 약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9%가량 하락한 103.6선을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금리 선물시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인 0.25%포인트를 택할 가능성을 64%이상 반영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은 전날 0%에서 이날 35%선까지 치솟았다. 반면 빅스텝 가능성은 0%로 내려갔다. 프라이스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이는 달러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1팀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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