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폭력에 좌고우면 않고 공권력 나서야

경찰청은 최근 3개월 동안 벌인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에서 2863명을 적발해 29명을 구속했다는 내용의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성과를 9일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건설업체들이 신고를 하지 않아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는데, 신고를 꺼리던 피해자들을 설득해 성과를 올렸다'는 취지의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현장의 말은 다소 다르다. 건설현장 폭력행위 특별단속 중에 한 경찰관은 "건설노조의 불법이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노조의 업무방해, 협박, 공갈 등을 문재인 정권 때부터 경찰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일자리 찾기가 힘들어지자 노조가 더욱 폭력적인 방법으로 노조원 채용이나 금품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건설현장의 반응도 비슷하다. 경찰의 움직임이 최근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했다. 전 정권 때만 해도 경찰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단속이 노조 탄압으로 비춰지는 데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는 것이다. 2021년 6월부터 8개월 동안 노조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건설업체 사장 이모씨는 "과거부터 신고를 꾸준히 넣었다"며 "하지만 당시 경찰은 업무방해나 협박마저도 노사 간 대화를 통해 잘 풀어가야 한다며 개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와 경찰이 '대화로 풀라'며 뒷짐을 진 사이 노조의 건설현장 협박은 하나의 사업이 돼버렸다. 건물 공사가 시작되면 현장 앞에는 20개가 넘는 노조가 찾아왔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노조가 찾아와 자신의 조합원을 채용하라고 강요했다. 이들은 돌아가면서 확성기로 소리치거나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위협을 가했다. 과거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노조는 세력을 넓히고 금품을 갈취했다.

이씨는 "이제야 국가를 믿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건설현장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공권력을 필요로 하는 약자들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많다. 억울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예방하는 것은 공권력이 존재하는 이유다. 폭력과 협박이 커지기 전에 공권력이 작동해야 한다.

사회부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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