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윗선에서 방치돼… 내가 JMS 광신도 입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해 살아간다고 자신을 10년 동안 세뇌했다고 주장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허영한 기자 younghan@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과 공모해 대장동 일당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함께 기소됐지만, 이날은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지난해 하반기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서 돌연 태도를 바꿔 이 대표와 그 측근에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배경을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 측으로부터 보호가 아닌 감시를 받는다는 의심이 누적되고, 점차 태도가 바뀌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지난해 10월 조사 때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내용을 본인이 먼저 꺼냈다고 증언했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제출한 자필 진술서도 공개됐다. 여기엔 '2021년 초 김용이 이재명 대선자금 10억원 정도를 준비해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남욱에게 이재명 대선 자금을 마련해 줄 수 있는지 물어봤고 (중략) 남욱은 2021년 3~4번에 걸쳐 제게 돈을 줬습니다'란 내용 등이이 담겼다.

그는 "너무 지쳐 있었다. 형제라는 사람들도 '나 몰라라'하고 방치하는 현실이었다"며 "생각해보니까 나를 몰고 가는 느낌이 더 들었다. 그래서 제가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이 부분부터 자백한 것이다" "하나하나 저만 공격하고 낙인찍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죽하면,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광신도가 탈출해서 언론에 나오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다음, 제가 그 입장이었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당시 이 대표 캠프 측에서 보내줬던 변호사 등에 대해 "뉴스에 이재명 대표와 대장동 관련한 기사가 나오면 접견을 왔다"며 "제 변호를 하러 온 게 아니고 다른 사람에 관해 제가 아는 정보를 많이 물어봤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과거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기 전 술자리에서 '나라를 먹자'고 말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때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을 때 대법원에서도 패소(당선무효형이 확정)하면 광화문에서 분신할 생각까지 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지난해 4∼8월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해 남 변호사로부터 4회에 걸쳐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 대표 캠프의 총괄부본부장으로서 대선 자금 조달·조직 관리 등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2021년 2월 "광주 쪽을 돌고 있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대선 자금 용도로 20억원가량을 요구했고, 이 내용을 전달받은 남 변호사가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을 거쳐 돈을 보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건넨 돈 중 1억원은 유 전 본부장이 쓰고 1억4700만원은 전달하지 않아, 김 전 부원장이 실제 받은 돈은 총 6억원으로 판단했다.

김 전 부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 3명은 공소장의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사회부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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