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호봉따라 100억 나눠준 난방공사…직무급 역행

매년 난방수당 500만원씩 챙겨준 난방공사
근속연수 1년만 넘으면 조건없이 모두 받아
1년 늘어날 때 마다 지급률도 1%씩 늘어나
정부 "직무급제" 외쳐도 공공기관은 모르쇠

정부가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직무급제 확대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공공기관 중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임금체계를 유지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당을 근속연수와 연계해 인건비 부담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성공적인 직무급제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난방공사는 2021년 소속 직원들에게 ‘난방수당’ 명목으로 1인당 평균 509만1000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직원들의 평균월급 433만4000원을 수십만원 웃도는 금액이다. 정규직원이 2033명임을 고려하면 난방수당으로 쓴 돈만 한해 103억5000만원 정도다. 난방수당 지출규모도 2017년 79억5785만원에서 85억8173억원, 91억1904만원, 97억2762만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난방수당으로 나간 돈은 457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예산안에 반영된 난방수당은 1인당 평균 533만4000원이다.

문제는 난방수당이 ‘수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본급’에 가깝다는 점이다. 수당은 통상 자녀 숫자나 부양가족처럼 일정 조건을 만족하거나 시간·야간·휴일근로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 추가로 지급하는 대가다. 하지만 난방수당은 입사일을 기준으로 1년이상 근속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공사 측에서도 난방수당은 지급근거가 뚜렷하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소속의 한 임금·보수 담당자는 수당을 지급하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면서 “호봉제와 비슷한 성격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난방수당은 연차가 올라갈수록 받는 금액이 뛰도록 돼있다. 근속연수 1년 조건을 채우고 받는 첫 난방수당은 월 기본급의 1%다. 그런데 별도규정에 따라 2년 이상 일한 직원들부터는 1년을 넘길 때마다 초과하는 근무연수 매 1년당 지급율에 1%를 가산해서 책정한다. 직무나 능력과 상관없이 오래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수당을 챙겨가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공사가 직원들에게 주는 15가지 수당 중 난방수당 규모가 가장 크다. 임금을 가산해 지급하는 야간수당도 1인당 연 평균 155만원에 불과하고 시간외근무수당과 휴일근무수당도 각 93만8000원, 76만4000원 남짓이다.

난방수당에 장기근속수당까지…연공성 완화는 먼나라 이야기

공사는 연차가 높은 직원들을 위해 자체 장기근속수당도 마련해 지급하고 있다. 만 12년을 넘기는 난방공사 직원은 매년 12만원을 수당으로 받는다. 근속수당 역시 매년 6만원씩 올라 20년차 때는 60만원을 받게 된다. 30년차부터는 120만원을 추가로 받는데 이는 공사에서 박사학위, 공인회계사, 변호사 자격증 등을 소지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이처럼 강력한 연공형 임금체계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제동을 걸기도 했다. 2019년도 정부경영평가에서 난방공사는 임금밴드 상한선 설정, 직무와 보수 연계 노력, 비 간부직 직무급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정수당이 너무 많으니 단순화하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연공성 완화를 위한 추가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같은 임금체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기조와 정반대 선상에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직무급 도입확대를 통해 보수체계의 연공성 완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 기준 35개인 직무급 도입기관을 2024년까지 100개, 2027년까지 2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성공적인 직무급제 도입기관에는 임금총액 인상 등의 인센티브도 내걸었다.

그럼에도 난방공사의 연공형 임금체계는 공고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와 노조가 맺은 단체협약 때문이다. 단체협약서 3조에는 ‘협약효력 우선’ 조항이 있는데 노조와의 협약사항이 근로기준법, 취업규칙, 여타 개별적 근로기준에 우선한다고 돼 있다. 55조에는 ‘임금저하 불가’ 조항도 못 박았다. 이에 공사 경영진은 단체협약과 사규에 맞춰 지급한 임금은 ‘어떤’ 이유로도 저하시킬 수 없다. 전향적인 직무급제를 도입하기에는 일부 직군에서 임금하락이 이뤄질 수 있어 어렵다. 지난해 12월 29일 공사가 신설한 직무급제 규정도 '4급 부장 보직자'만 해당한다.

전문가들도 연차에 따라 올라가도록 만든 수당이 연공성 완화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당이라는 것은 대부분 목적성을 가진다”면서 “난방수당은 (고연차 직원들의) 급여를 더 높이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공사 측은 "난방수당은 과거 한전의 전력수당 등과 같이 설립 초기 지역난방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직무수행의 전문성·숙련도 등 향상에 대한 보상으로 도입됐다"며 "직무 중심으로 보수체계를 개편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노사 협의과정을 거쳐 올해 12월까지 직무급을 도입하기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노사 합의를 도출했다"고 해명했다.

경제금융부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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