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러시아 석유' 유통의 범인 …'그림자 선단' 600척 규모

경제 제재 속에서도 활발히 유통
석유 수출 위해 600척 규모 운용
CNN "숫자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방의 고강도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산 석유 제품을 은밀히 실어 나르는 '그림자 선단'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림자 선단 규모는 이미 600여척에 달하며,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방송 'CNN'은 1일(현지시간) 석유 운송업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가 석유 수출을 위해 이용 중인 그림자 선단 규모는 약 600척"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같은 선단 규모는 전 세계 대형 유조선의 10%에 불과"하다면서도 "그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G7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배럴 당 60달러(약 7만9000원) 이하로 제한하는 것으로, 그 이상의 가격으로 구매한 원유를 실은 유조선에 대한 해상보험 적용을 금지했다.

러시아 항구 앞의 유조선 / 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그림자 선단이 탄생했다. 그림자 선단은 일반 해상보험을 이용하는 대신, 가격이 낮은 중고 유조선에 제품을 싣고 운송 사업을 하는 선단을 뜻한다. 선박의 본래 명칭을 페인트로 지우는가 하면, 해운사의 지분 구조를 복잡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소유주를 은폐한다.

아예 침묵 속에서 운항하는 '어두운 선박(Dark ship)'도 있다. 어두운 선박이란 선박용 'AIS 트랜스폰더'를 끈 채 이동하는 정체불명의 배다. 트랜스폰더는 일종의 전자기파 응답 장치로, 모든 국제 선박은 이 장치를 통해 지상에서 식별할 수 있다. 선박이 트랜스폰더를 끄고 이동한다는 건 불법 밀수품이나 제재 품목을 실어 나르는 화물선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림자 선단은 현재 전 세계 무역로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영리단체 '글로벌 위트니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말부터 올해 1월까지 유조선 거래의 약 25%가량은 구매자가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 대비 2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이에 대해 CNN은 "러시아가 서방 화주와 협력을 피하고 중국, 인도 고객이 러시아의 원유 및 석유 제품의 새 구매자로 등장했다"라며 "이에 따라 그림자 선단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슈2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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