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로봇 10중 7대는 중국산…정부 보조금이 판깔았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서울'에서 관람객들이 서빙로봇을 보고 있다.

최근 식당에 가면 서빙로봇이 자주 보인다. 좌석 안내부터 음식서빙, 잔심부름까지 척척 해낸다. 일손 구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지면서 중고거래까지 활성화됐다. 그런데 국내에서 활동하는 상당수의 서빙로봇은 '메이드 인 차이나'다. 일부 스타트업이 서빙로봇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산 저가공세에 밀려 점차 시장을 뺏기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중국산 제품이 한국 시장을 점령하면 개인정보를 포함한 각종 유통 시장 정보가 해외로 유출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커지는 서빙로봇 시장…이미 중국산이 70% 점령

우리나라에서 서빙로봇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곳은 식당·카페 등 외식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서빙로봇 유통업체 3곳이 공급한 서빙로봇 수는 약 5000대다. 국내 외식업체 수가 70만인 점에 비춰보면 보급률(0.71%)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초기시장이지만 중국산이 일찌감치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는 국내 서빙로봇의 70%를 중국산으로 추산한다. 대체로 매장 자동화 솔루션을 보유한 우리나라 서빙로봇 유통업체가 푸두로보틱스와 키논로보틱스 등 중국 로봇기업으로부터 제품을 들여와 공급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전자와 KT가 서빙로봇을 만들긴 하지만 점유율에서 크게 뒤처진다.

중국산 로봇 저가공세…한국 정부마저 중국 기업에 보조금 간접 지원

중국이 빠르게 우리나라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이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하면서 로봇을 10대 핵심 산업으로 지정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로봇제조업체와 구매자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상하이나 베이징의 경우 로봇 클러스터 입주기업에 투자금 10%를 환급하고 매출의 20%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은 로봇 제조업체가 서빙로봇을 만들어 팔아도 별다른 보조금이 없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을 통해 서빙로봇 구매자에게 공급가액 70%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제조기업은 혜택이 없다. 구매자가 중국산 서빙로봇을 들여도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국정부가 중국 로봇 제조 업체에 간접적으로 돈을 퍼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 서빙로봇 가격은 2000만~3000만원 수준이다. 한국 제품에 비해 약 20% 저렴하다. 값싼 중국산 로봇이 우리나라 시장에 물밀듯 들어와도 이렇다 할 보호장치가 없다. 미국은 중국산 로봇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관계자는 "로봇 하나를 만드는 데는 시간과 인력 등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국산 로봇에 대한 보호와 육성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큰 위험을 안고 투자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직 초기시장…정부·업계 모두 노력해야

업계에서는 정부가 로봇산업에 보다 파격적인 규모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서빙로봇처럼 시장이 초기 단계이고 생활밀착형일 경우 정부 지원이 산업과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한 서빙로봇 유통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당연히 국산 제품을 쓰고 싶지만 가격 부담이 있고 아직은 기술 면에서도 중국이 선두여서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업체 간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시장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서빙로봇 시장점유율 1위 브이디컴퍼니의 함판식 대표는 "로봇 제조기업들은 로봇을 만들어 내다 팔 시장이 있어야 돈을 투자할 것"이라며 "업체 간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건강한 경쟁으로 시장을 함께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IT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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