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유럽연합(EU)이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이른바 ‘빅테크’(big tech)에 망 사용 대가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자 대표적인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망 사용료 부과 문제가 다시 한 번 언급됐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MWC의 첫날 기조연설에서 “통신 인프라에 드는 막대한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네트워크 제공자와 트래픽 공급자 사이의 이분법적 선택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는 브루통 위원이 MWC 개막 직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넷플릭스를 저격한 것과는 비교되는 조심스러운 태도다. 당시 브루통 위원은 “통신회사 인프라에는 조 단위 비용이 드는데, 이를 누가 지불해야 하는가”라는 문구와 함께 넷플릭스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를 올린 바 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무시장담당 집행위원이 MWC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U가 신중한 태도로 나오면서 MWC에서 넷플릭스, 구글 등 거대 콘텐츠 사업자들과 격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분위가가 되자, 넷플릭스는 이를 놓치지 않고 “빅테크에 망 사용 대가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맞섰다.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MWC 개막 둘째 날인 1일 기조연설에서 “브르통 위원의 말처럼 망 사용료 관련 논의는 거대 통신사와 엔터테인먼트 기업 사이에서 양자택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지난 5년 동안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600억달러(약 79조원)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했다”며 “이는 더 많은 사람이 더 좋은 인터넷 서비스를 원하게 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망 사용료의 이중 과금은 콘텐츠에 대한 투자 감소, 창작 저하로 이어져서, 고가의 통신사 요금제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키는 동시에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도 망 이용 대가의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MWC를 찾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