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던진 승부수는 실패로 끝났다. 이제 계열사 50개를 이끄는 KT의 차기 대표는 33명의 후보 중에 나온다. 최종후보자명단 발표는 4일 후인 28일이다. 3년간 KT를 이끈 구 대표가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혀 경선은 혼전 양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어차피 청와대에서 낙점한 지원자가 있지 않겠습니까." 통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임원의 자조 섞인 반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적인 연을 맺은 후보자는 김기열 전 KTF 부사장(68)과 김성태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 자문위원(70),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78) 등이다. 김기열 전 부사장은 윤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KT 올드보이(OB)인 김 전 부사장은 인재개발원장, 통신망시설단장, 경영연구소장 등을 거쳐 KTF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김성태 위원은 윤석열 캠프 시절 정보통신(IT) 특보를 맡았다. 행정고시 12기인 윤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윤 전 장관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첫 비서실장을 지냈다.
여당 인사 중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도 눈에 띄는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 경제를 주창했던 윤 전 차관은 KT 재임 시절 인터넷TV(IPTV), 로봇 등 KT의 신성장사업을 이끌었다. 물망에 오른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62)은 3년 전 구현모 대표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인물로, 이미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KT 원로들은 "내부에서 경영자를 배출해야 한다"고 이구동성 말한다. 사업 연속성 측면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통신업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메타버스, 콘텐츠 등으로 사업 영역이 넓어졌다. 유연한 조직관리와 함께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는 경영 전문성도 필수다.
내부 인사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60)과 강국현 커스터머 부문장(사장·60) 등이다. 윤 부문장은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과 글로벌사업부문장 등을 담당하다 2019년 현대자동차로 회사를 옮겨 모빌리티 사업을 맡았다. 2021년 KT로 복귀해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강 부문장은 유·무선 통신에서 다양한 경험이 강점이다.
KT 이사회는 면접 대상자를 33명 중 8명 안팎으로 압축한다. 현재 공정한 심사를 위해 경제·경영, 리더십, 투자, 법률, 미래산업 등 전문가로 구성한 인선 자문단은 후보자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9년 대표이사 선임 당시 KT는 27명의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 중 9명을 선발해 면접을 치렀다. 이사회는 다음 달 7일 1인을 최종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한다. 해당 후보는 다음 달 말 예정된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투표를 거쳐 대표로 선임된다. 새 대표의 임기는 2023년 3월~2026년 3월까지다.
한편 구현모 대표는 다음 달 임기까지 대표직을 수행한다. 구 대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는 참석하기 위해 24일 출국한다. 구 대표는 KT를 통신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하는데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KT는 지난해 198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25조원을 돌파했다. 주가도 구 대표 취임 전보다 60% 이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