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도 주식 대신 채권 쓸어담았다

올 들어 미국 채권 7700억원 넘게 순매수
금리 인상 막바지 기대…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ETF도 사들여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서학개미들이 주식 대신 채권 매수로 방향을 틀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선반영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서학개미가 사들인 미국 채권 순매수액은 6억851만달러(약 7725억원)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8593만달러)과 비교해서도 약 7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순매수액은 35억6209만달러(약 4조5203억원) 규모인데, 이는 전년(2021년) 9억3040만달러 대비 282% 급증한 것이다. 이는 미 증시에 상장된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와의 별개로, 직접 투자 및 신탁투자를 의미한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120억5386만달러(약 15조3023억원) 규모로 전년(2021년) 207억9182만달러(약 26조3952억원) 대비 40%가량 줄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들자 미국 증시가 약세장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통상 유동성 장세일때는 채권 거래가 줄고 주식 거래는 늘어나는 반면 양적 축소로 유동성이 감소할 땐 주식보다 채권 거래가 활발하다.

ETF를 통한 채권 간접 투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한달 간(1월14~2월13일)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ETF인 아이셰어즈 아이복스 USD 투자등급 회사채 ETF로(ISHARES IBOXX USD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ETF) 1억7887만달러(약 2270억원) 규모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2000개 이상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애플·골드만삭스·마이크로소프트 등에 투자하며 A등급 이상 회사채를 포트폴리오의 약 40%로 구성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한다. 이 상품의 평균 만기는 8.29년이다. 만기가 긴 채권 상품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투자등급 이하 또는 정크등급의 미국 기업 채권을 추적하는 ETF(ISHARES IBOXX USD HIGH YIELD CORPORATE BOND ETF)를 5208만달러(약 661억원)규모로 사들였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6위에 올랐다.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등급 BB+ 이하의 회사채가 투자 대상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고 원리금 상환 불이행 위험도 있지만 그만큼 이자율이 높다.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며 고위험 상품도 가리지 않는 모양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추세가 물가와 경기에 선행한다는 점에서 중기적 관점에서 선진국은 채권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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