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신약 개발, AI 힘 빌리면 금방 해낼수 있죠'

박은영 에이인비 대표 인터뷰
AI 신약 개발 통한 항체 신약 발굴 내세워
"궁극적으로는 몇 시간 내 발굴 가능해질 것"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항체 의약품 개발도 어떻게 보면 사실 노동집약적 업무에 가깝습니다. 인공지능(AI)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면 몇 시간 만에 원하는 항체 치료제를 찾을 수 있게 될 겁니다."

3일 아시아경제와 만난 박은영 에이인비 대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ABL바이오 등을 거치면서 항체 신약 개발 업무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삼성종합기술원, 스탠다임에서 근무한 서승우 최고기술책임자(CTO) 등과 함께 지난해 9월 에이인비를 공동 창업했다. 그는 "사실 신약 발굴(discovery)은 노동집약적인 업무에 가깝다보니 이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늘 고민해왔다"며 "AI 개발을 알게 된 후 이를 접목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창업의 계기를 설명했다.

AI 신약 개발은 해외에서 인실리코메디슨 등이 인체 대상 임상을 시작하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SK케미칼,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등 다양한 전통 제약사들이 스탠다임, 온코빅스 등 다양한 업체들과 손 잡고 개발에 나서는 등 제약·바이오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AI 신약 개발이 합성의약품(케미칼)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항체 의약품 등 바이오 의약품 영역에서도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폴드'로 예상한 단백질 구조가 공개되는가 하면 앱셀레라, 맵실리코 등의 회사가 나오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에이인비 외에는 AI 개발 방법을 바이오에 접목하겠다고 내건 회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박 대표는 그 이유를 '기술의 성숙도 차이'에서 찾았다. 그는 "혁신이 이뤄지는 곳에서 혁신을 찾기는 어렵다"며 "합성의약품은 새로운 차원의 혁신 없이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AI 신약 개발을 돌파구로 마련한 것"이라고 봤다. 박 대표는 "항체의약품은 항체·약물접합체(ADC)가 막 상용화되는 등 여전히 혁신의 영역"이라면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성숙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한 만큼 저처럼 항체의약품의 AI 개발로도 눈을 돌리는 이들도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는 AI 개발이 항체 치료제에 도입되면서 실제로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도 귀뜸했다. 박 대표는 "약의 효능과 정확도를 차치한다면 AI를 통한 항체 발굴 자체는 거의 하루 만에도 가능한 수준"이라며 "계속해서 정확도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단 몇 시간 만에 원하는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에이인비는 우선 이 같은 작업을 항암 분야에 집중해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AI의 장점은 타깃과 질환에 제한이 없이 유연한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당장은 우리의 모델을 검증해 선보일 수 있는 종양학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AI 개발 기술이 초기단계인 만큼 이 같은 과정을 차근차근 수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박 대표는 "해외에서 항체 의약품 개발에 AI를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부터 AI를 통해 만들어낸(designed)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우선 플랫폼을 차근차근 구축하면서 현재 사람이 했을 때 5년 정도 걸리는 타깃 선정~전임상 종료의 스케줄을 AI 신약 발굴 기술로도 가능토록 따라잡는 게 일차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에이인비는 이 같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근 시드 단계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유한양행과 메디톡스벤처투자가 참여했고, 특히 유한양행은 전략적투자자(SI)로 힘을 보탰다. 박 대표는 "올해 연말까지는 계획 중인 기술 검증을 마치고 이를 토대로 다음 투자 유치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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