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킨 '챗GPT'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재택근무 도입을 적게 한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했다. 대면 업무가 보편적이어서 재택근무가 흔치 않다는 것이다.
30일 챗GPT에 코로나19로 확산한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 새로운 근무 형태 도입에 따른 갈등에 관해 물었다. 여러 질문을 했지만 근무 형태의 변화는 아직 정답이라 평가받을 정도의 대세가 정해지지 않은 점을 고려한 듯 "조직과 직원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종종 내놨다. 챗GPT는 수집한 정보가 주로 영어인 듯 한글로 질문해도 영어로 답했으며, 한글 질문의 미세한 표현을 조정할 때 답변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챗GPT에게 먼저 '재택근무가 생산적이라고 평가하는지' 물었다. 챗GPT는 "AI 언어 모델로 개인적인 의견이나 감정은 없다"면서도 "다만 재택근무의 생산성은 직업의 특성, 제공된 자원의 수준, 직장인 개인의 접근, 회사의 전반적인 관리와 같은 다양한 요소에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러 연구 결과에서 일부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할 때 더 생산적이라고 확인이 되었지만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지고 재택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근로 현장에서 재택근무를 둘러싼 의견 대립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챗GPT는 ▲생산성 ▲소통과 협력 ▲일과 삶의 균형(일명 '워라밸(워크앤라이프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 ▲조직 문화 ▲기술 등 다섯 가지 요인에서 의견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섯 가지 요소로 본 재택근무의 장단이 각각 있는 만큼 각자의 상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인들이 사무실 복귀(Return to office·RTO)를 원치 않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재택근무를 통해 막대한 유연성을 확보했고 이를 포기 하고 싶지 않아 하며, 통근 시간이 줄어드는 등 워라밸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무실 복귀 이후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일자리 상실 공포가 남아있고, 재택근무가 가족 부양과 육아에 유리하며 개인적으로 집에서 일할 때 더 생산적이라고 느끼는 직원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챗GPT에 사무실과 집에서 번갈아 가며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 중 최적의 유형이 무엇이냐고 묻자 "조직이 자신과 직원들의 업무가 잘 이뤄지도록 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찾는 것과 필요에 따라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유연성, 기술, 교육(트레이닝), 협업, 직원의 피드백과 정기적인 검토, 건강 및 안전 프로토콜 등 일곱 가지 측면에서 준비가 돼야 성공적인 하이브리드 근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챗GPT에 전 세계에서 재택근무를 가장 적게 도입한 국가에 대해 묻자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섯 국가를 뽑았다. 챗GPT는 "회사 규모와 유형, 일에 대한 문화적 자세, 기술 가능성과 같은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를 선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다섯 국가 모두 직접 대면해서 일하는 문화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다른 네 국가와 달리 긴 근무 시간도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의 재택근무 문화에 대해 챗GPT는 "전통적인 사무실 기반의 업무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어 다른 국가에 비해 확산 속도가 더디다"면서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의 도입이 가속했고 더 많은 기업이 직원을 위한 유연한 근무 조정을 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에도 정부의 분명한 정책 지원의 부족, 재택근무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의 부족, 대면 상호작용을 우선시하고 사무실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문화적 특성 등이 재택근무의 확산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재택근무를 가장 보편적으로 도입한 국가로는 스웨덴, 핀란드, 미국, 영국, 캐나다를 꼽았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워라밸에 집중하는 근무 형태로 유연 근무 도입에 적극적이며, 미국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크게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과 캐나다는 기술 부문에서 특히 이 근무 형태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챗GPT에 이메일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해봤다. 상사에게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이메일과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챗GPT가 공통으로 언급한 표현은 바로 '생산적(productive)'이다. 서로 요구하는 바는 상반됐지만, 생산성이라는 공통 근거를 내놓은 것이 주목된다.
챗GPT는 우선 상사에 재택근무를 요청하는 이메일에서 재택근무는 생산성 향상, 워라밸 개선, 비용 절감, 직원 사기 향상 등의 장점이 있다면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챗GPT는 "집에서 일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만큼 생산적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집에) 전용 근무 공간과 기술, 장비를 갖췄고 정기적으로 출근을 확인하면서 팀 회의에도 참석할 것이며 동료들과 계속 연결하며 팀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진의 입장에서 직원에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는 공지글을 요청하자 챗GPT는 '사무실 복귀(RTO) 공지'라는 제목의 이메일로 "현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무실로 돌아오기 시작할 때가 됐다. 생산적이고 협업을 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사무실로 돌아오길 요청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 결정은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우리 사무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조정했고 청소 확대, 마스크 사용 등 안전 프로토콜을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