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킹달러]①달러화 급락에…빛 보는 金

금통장 잔액 20여일만에 3.3% 늘어
5대銀 외화예금 잔액은 감소세 전환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부애리 기자]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금(金)'이 오랜만에 빛나고 있다. 달러화 초(超)강세를 뜻하는 '킹달러'의 시대가 저물면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3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의 골드뱅킹(금통장) 잔액은 51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 대비 3.3% 증가한 수치다. 단 20여일 만에 166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시중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약 6개월 만이다. 지난해 2월만 해도 6950억원에 달했던 골드뱅킹 잔액은 5월엔 6123억원까지 감소했다. 이후 6월 6237억원으로 소폭 반등한 이래 지난해 12월(5031억원)까지 약 반년간 하락세가 이어졌다.

골드뱅킹 잔액이 증가한 것은 국제 금값이 오르면서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국제 금 시세는 지난 26일 기준 트라이온스(T.oz=약 31.10g) 당 1935.19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초 1619.90달러까지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석 달 사이 약 19.5% 상승했다.

금값 상승을 견인한 것은 지난해 연중 급등세를 보였던 달러화의 '퇴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 영향으로 지난해 9~10월 사이엔 1430원대를 돌파한 바 있다. 한때 환율이 16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단 전망이 제기되면서 환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달러화 매수도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소비자물가지수(CPI), 기대인플레이션 등 미국 시장의 주요 지표가 호전되면서 달러화는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순엔 1400원대가 무너졌고, 12월 하순엔 1300원대 선까지 무너진 후 지난 27일 기준 1231.3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특히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종료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오면서 달러의 퇴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권 일각선 연내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단 관측도 내놓는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주요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고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698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748억 달러) 대비 6.7% 감소한 수치다.

킹달러 현상 퇴조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은 비단 금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가상자산 시장의 기축통화라 불리는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해 말 1BTC당 2085만원에서 거래됐지만 지난 27일 기준으론 2834만원으로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사이 34.9%나 올랐다. 가상자산 역시 금처럼 달러와 반비례 성격을 갖는 자산으로 분류된다. 관련 업계에선 올해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는 킹달러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연중 달러화의 독주가 이어졌고, 금이나 가상자산 등 대부분의 자산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면서 "달러화의 강세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하락했던 가격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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