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나선 골드만, 전용기도 판다 '비용절감 안간힘'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에 착수한 미국 대형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전용기 매각에 나선다. 골드만삭스 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신규 투자는 물론 출장 경비 등 부대 비용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인 비용 절감 운동에 돌입한 것이다. 사실상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비상경영체제로 돌아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골드만삭스가 연간 40% 규모의 보너스 삭감에 이어 전용기 매각 등 전방위적인 비용 절감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9년부터 운영해 온 전용기 2대를 모두 매각하고, 임대 형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11일 뉴욕과 런던 오피스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원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감원 규모는 3200명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골드만삭스의 전체 인력은 2018년 이후 34% 이상 늘어난 4만9100명대(지난해 9월 말 기준)로, 이번 감원은 전체 인력의 약 6.5%에 해당한다. 골드만삭스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전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3000명을 감원한 바 있다.

미 월가를 대표하는 골드만삭스가 마른 수건짜기식 경비 절감에 나선 것은 경기 침체 우려 속 핵심 사업인 IB 부문의 수익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고금리로 시중에 현금이 메마르고 IB 부문 실적에 직격탄을 입자 비상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던 주식시장과 인수합병(M&A) 시장이 불황에 빠지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수료 수익이 급감하면서 월가 전역에 타격이 번지고 있다.

사업 다각화가 이뤄진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경쟁사와 달리 IB 부문에 수익이 집중된 골드만삭스는 실적 타격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지난달 27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송년 메시지에서 "경제활동 둔화를 불러온 통화 긴축 정책을 포함해 사업 환경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많다"며 "경영진은 역풍에 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4연속 단행한 데 이어 지난해 말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보폭을 좁혔지만, 미 금리 상단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4.5%로 뛰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긴축 속도를 조절한 대신,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공식화하면서 올해에도 금리 인상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고강도 긴축과 경기둔화에 따른 자본시장 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몸집 줄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씨티그룹과 바클리스가 소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 데 이어 모건스탠리가 이달 초 전체 인력의 2%에 해당하는 1600명 해고 방침을 발표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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