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성지 찾은 이스라엘 극우 장관… 팔레스타인 등 강력 반발

동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사진=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제공)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이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무릅쓰고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하며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이 강하게 반발했다.

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은 이날 오전 경호 인력을 대동한 채 약 25분간 동예루살렘의 성지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성전산(유대인의 성지 호칭)은 이스라엘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라며 "우리는 무슬림과 기독교도의 이동 자유를 지켜왔고 위협을 가하는 자는 엄격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방문한 동예루살렘 성지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곳이다. 경내에는 이슬람교의 3대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이 있다. 이슬람교도가 '고귀한 안식처', 유대교도는 '성전산'으로 부르는 이곳은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의 공통 성지지만 기도와 예배는 무슬림만 할 수 있다. 유대교도는 방문은 가능하지만 기도와 예배는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서쪽 벽에서만 가능하다.

벤-그비르는 유대교도도 성지 경내에서 자유롭게 기도와 예배를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아랍, 반팔레스타인 성향을 가진 극우 정치인인 그가 지난주 취임 후 성지 방문을 예고하자, 무장 정파 하마스 등이 반발한 이유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전날 성명을 통해 "(벤-그비르의) 성지 방문은 갈등을 고조시킬 것이며 "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벤-그비르 장관은 이에 "우리 정부는 하마스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성전산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응수했다.

3일 이스라엘 경찰이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한 유대인 방문객들을 경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경고에도 불구하고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방문이 실현되자 하마스 외에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성지를 관리하는 요르단 등이 일제히 반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부는 성명에서 "벤-그비르 장관의 알 아크사 사원 기습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전례 없는 도발이자 위험천만한 분쟁 확대"라고 비판했다.

알 아크사 사원 관리권을 가진 요르단 외무부도 "사원 기습과 존엄성 훼손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총리직에서 물러난 야이르 라피드 의원은 트위터에 "유약한 총리가 중동에서 가장 폭발 위험이 큰 장소를 중동에서 가장 무책임한 사람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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