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저원가성 예금 87조 증발…'올해도 逆머니무브'

정기예금은 1년새 163조 '급증'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시장 약세의 영향으로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지난해 한 해에만 약 87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대마진 확대에 기여했던 저원가성 예금이 이처럼 줄어들면서 은행의 수익성 개선세도 소폭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24조58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711조8031억원) 대비 87조2164억원 감소한 수치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인 요구불예금은 원가가 낮은 저원가성 예금에 해당한다. 금리 수준이 0.1% 안팎으로 은행으로선 금리가 4%대인 은행채나 정기예금 등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수익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한 해 80조원이 넘는 요구불예금이 이탈한 이유론 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시장 약세가 꼽힌다. 통상 요구불예금은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데 지난해 한 해 동안 주식·부동산 등 대표 투자처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해서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 기준 2236.4로 전년 대비 24.9% 줄었고, 이에 따른 시가총액 감소분은 40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0월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 누적 거래량은 약 26만건으로 직전 한 해(약 70만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줄어든 저원가성 예금이 흘러 들어간 곳은 정기예금이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021년 말 654조9359억원에서 818조4366억원으로 163조5007억원 급증, 요구불예금 잔액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수신금리는 2021년 11월 1.72%에서 지난해 11월 4.95%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정기예금이 일종의 투자 피난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새해에도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고, 한국은행도 이에 조응할 가능성이 커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 정기예금이 소폭 감소했지만, 이는 법인들의 연말 자금 수요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면서 "연 4%대의 예금 금리는 은행권에서 지난 수년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수익률 인만큼 당분간 저원가성 예금 축소와 정기예금 쏠림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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