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밥상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우 가격은 나 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우 사육두수가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할 만큼 예년에 비해 공급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고물가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하면서 한우를 찾는 소비자는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우 가격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3일 기준 한우 지육(1등급) 1kg 도매가격은 1만5732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1만8753원) 대비 16.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 10월 한우고기의 평균 도매가격이 1kg당 1만8898원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11%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우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이다. 지난해 한우 도매가가 2만원대에 진입하고, 코로나19 지원금 등으로 한우 소비가 늘면서 농가들은 앞다퉈 사육두수를 늘렸다. 이에 올해 한우 사육두수는 355만7000마리로, 지난해(336만8000마리)보다 5.6% 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육두수 증가세는 최소 202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한우 도매가격 하락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가격 하락에도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사리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최근 한우 가격 하락 원인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1~9월 가구당 한우 구매량은 지난해보다 6.1% 감소한 12kg로 조사됐다. 고물가 여파로 외식을 자제하고 저렴한 식재료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고급 식재료로 분류되는 한우가 타격을 입게 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한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유통업계가 연말을 맞아 수입산 소고기 할인에 나서고 있어 소비자들의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자 축산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우 가격이 폭락한 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료값까지 폭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은 크게 오른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고기소(고기를 얻으려고 기르는 소)의 배합사료 가격은 kg당 61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3원) 대비 26.9% 올랐다.
전국한우협회는 한우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을 호소 중이다. 협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국회는 한우 값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며 "한우 산업의 안정과 자급률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생산비 보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