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혁신 이끌 '의사과학자'…인력 양성·연구환경 개선 시급

'2022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 성과교류회'
코로나 팬데믹 거치며 의사과학자 중요성 부각
의학지식·임상경험에 기초과학·연구개발 능력까지 갖춰
병원은 임상의 선호…

지난 9일 서울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022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 성과교류회'에서 참석자들이 '의사과학자 양성 및 연구 생태계 개선'이라는 주제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학위를 받고 의사과학자가 됐을 때 교수 이외에 다른 진로나 연구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나요?"(박사과정 의사과학자)

"많은 의사과학자들이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업무과 연구를 병행하고 싶어하지만, 병원 입장에선 임상 참여율이 현저히 낮은 의사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경제적 처우 문제를 포함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합니다."(김종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지난 9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2022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 성과교류회'에선 이제 막 의사과학자의 길로 접어든 젊은 연구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민에 대해 선배 의사과학자들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고 정부와 기관을 향해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불확실한 미래 극복할 전주기 양성사업 필요

의사과학자(MD PhD)란 의사 교육 과정을 마친 뒤 임상경험을 토대로 기초과학, 공학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활용해 질병 치료와 신약·의료기기 개발 등 보건의료산업에 기여하는 의사를 말한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의사과학자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의사과학자 양성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의사과학자의 역할에 관심을 보이는 인재는 많지만, 이들이 선뜻 진로를 선택할 수 있을 만한 환경은 아직 조성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우리 정부는 기존 임상의 양성에 집중된 의과대학의 변화를 이끌어 우수한 의사과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2019년부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추진해 왔다. 4년간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절반인 20곳과 과학기술원 2곳이 '전공의 연구지원' 또는 '전일제 박사학위과정'을 통해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에 참여했고, 전공의 연구자 약 200명과 박사과정생 100여명이 기초의학, 공학 등과 융합된 의학 연구를 진행해 왔다. 올해부턴 'K-Medi 융합인재 양성 사업'을 통해 신진의사과학자 양성까지 확대 지원하고 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예비 의사과학자들에게 학비뿐 아니라 연구비, 생활비를 지원해 안정적으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동시에 의사과학자가 임상의 등으로 진로를 변경하지 않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는 "미국처럼 우리도 주니어 패컬티(Junior Faculty·연구교수) 단계에서부터 4대 보험을 비롯한 인건비가 지급되는 개인 연구과제가 있어야 병원이 이들을 채용하는 데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맡은 기관(병원)에선 학부생 연구 과정부터 전공의 채용까지 전 단계를 책임질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구 연세대 의대 교수(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운영협의체 대표)는 "산업계도 의사과학자를 많이 필요로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배출된 의사과학자의) 약 10%만이 바이오벤처나 제약업계로 진출하고 있다"며 "이들을 서로 잘 연결시키고 조기에 공동연구 등에 참여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무엇보다 (생계를 위해) 임상 현장에서 진료를 보며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의사과학자들이 의학 발전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데, 이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면을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매칭·바이오 클러스터 조성도

의대 교육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경험과 해외연수 등을 통해 의대생들이 의사과학자의 길에 관심을 갖고 견문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재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박사과정생은 "2017년 미래 의사과학자 진로 프로그램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스탠포드대학에서 진행하던 연구 분야가 최근 주목받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이미 앞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전공의 또는 좀 더 일찍 본과나 예과 과정에서 이런 해외 기관들을 경험한다면 자연스럽게 의사과학자를 꿈꿀 수 있고, 훗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연구주제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의사과학자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널리 알리고 병원 내에서 제대로 된 신분과 역할을 보장받기 위한 방안,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같은 학술의료 네트워크를 통한 연구 시너지 및 창업 생태계 조성, 연구중심 전공의 수 확대 등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명환 미래정책지원본부장은 "그간 정부와 대학의 재정적 지원 이상으로 연구자 개개인이 가진 연구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 바이오 메디컬 분야의 블루오션을 개척하고자 하는 도전 의지가 있었기에 의사과학자들이 배출될 수 있었다"며 "의사과학자 양성 및 연구 생태계 구축이 활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은성호 첨단의료지원관은 "미래 보건의료산업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지난해 발족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범부처 협의체를 더욱 활성화해 차세대 바이오 메디컬 분야 융합연구를 위한 제1, 제2 트랙을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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