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도 빼앗길 판…턱밑까지 추격한 中 배터리(종합)

2위 韓, 3위 中 격차 역대 최소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2위 한국과 3위 중국 기업의 점유율 격차가 역대 최소 수준으로 좁혀진 것이다.

SNE리서치는 올 1~10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사용량 기준)을 집계한 결과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이 13.8%, 3위인 중국 BYD가 13.2%를 각각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2020년까지만 해도 한국과 점유율 격차가 16%포인트 이상 났다.

성장세를 보면 한국 배터리 업계 상황은 더 암울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1년간 16.1%, SK온은 83.2%, 삼성SDI가 69% 성장할 동안 중국은 최대 300%대 성장률을 보였다. 톱10 중국 업체인 CATL 98.6%, BYD 171.4%, CALB 172.7%, 궈쉬안 142%, 신왕다 345.2%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BYD의 역전을 허용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분사 전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는 2020년 3월부터 세계 1위를 지켜왔지만 같은해 9월 CATL에 밀렸다.

중국은 수직계열화를 비롯해 소재 공급망, 전폭적인 정부 지원 등을 발판 삼아 배터리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올 1~10월 전기차를 140만대 팔며 테슬라를 제치고 내수 시장 1위를 선점했다. 싼값에 자원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국내 배터리업체가 생산하는 이차전지 부품의 대(對)중국 의존도는 음극재 85.3%, 양극재 72.5%, 분리막 54.8%에 이른다.

소재 공급망 구축 속도도 가파르다. 8위 궈쉬안은 미국과 베트남에 총 4조원가량을 투입해 배터리 소재 공장 등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미국 투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 대응하는 행보로, 약 2500억원의 투자 인센티브 자금과 추가 세제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4월 19일 중국 '상하이 오토쇼' 비야디(BYD) 부스 전경.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확보도 활발하다. 중국 3대 동력배터리업체로 꼽히는 세계 7위 CALB는 지난 10월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서 약 2조원의 투자 자금을 확보했다. CALB는 지난 10월 5년 안에 세계 3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SVOLT는 ‘중국판 나스닥’ 커촹반에 상장한다. 기업가치는 11조원대다.

대대적인 정부 지원도 이어진다. 2009년 베이징 등 13개 성시에 신에너지자동차 구입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신에너지자동차 시범 촉진 재정보조금 관리 임시방안' 정책을 시작으로 '자동차 동력배터리산업 발전 행동 방안' '신에너지자동차 산업발전 계획(2021~2030년)' 등을 세워 차세대 기술개발을 독려하고, 리튬·니켈 등 이차전지 공급망 촉진해 나섰다.

공급망 확보와 기술 경쟁 대응 차원에서 해외 주요국 수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한·중·일 무대였던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미국과 유럽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시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좋은 업황의 과실을 중국이 독식하는 형국"이라며 "공급망, 인력,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 등을 통해 배터리산업 생태계를 조성하지 않으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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