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158명 아직도 제정신 아냐... 책임자 파면해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인터뷰
행안부 지원단 출범했지만...아직 연락 못 받아
"안전 총책임자인 이상민 장관...파면돼야 한다"

참사 한 달여가 지난 28일 이태원 사고 현장 추모 공간에 비를 피하기 위한 비닐이 덮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다시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은 안전 총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만난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이은재(34)씨의 동생 이민재(32)씨는 초췌한 모습이었다. 언니를 언급할 때마다 이씨는 쉴새없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가 전하고자 한 바는 확실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158명의 유가족들은 아직 제정신 속에 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위로하는 방법은 안전 총책임자가 확실히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이 장관은 158명이 희생 당한 데 책임을 통감하고 파면당해야 한다"고 울부짖었다.

이씨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언니가 있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12시30분이다. 부모님과 가족들은 뜬눈으로 은재씨의 소식을 기다렸다. "혹시 모르지", "아닐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하며 기도했지만 6시간 뒤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시신 중 언니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은 이씨는 서울로 가는 동안 이렇게 되뇌였다. "말도 안 돼."

지금 가족들은 서로 마주 앉아 울지 않는다고 이씨는 전했다. 혹시라도 다른 가족이 우는 모습을 보고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새벽이 되면 부모님의 방에선 울부짖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이씨는 "부모님은 한 달 째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안 그래도 심장이 좋지 않았던 아버지는 더욱 건강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참사가 벌어진 지난달 29일 이후, 이씨의 가족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이런 이씨에게 무력감을 안겨준 것은 정부였다. 정부로부터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을 들은 바 없다. 지난달 30일 행안부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을 지원하는 태스크포스(TF) '이태원 참사 행안부 지원단'을 출범했지만 이씨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먼저 연락을 건 것도 이씨였다. 지난 2일 지원단에 전화해 유가족들에 어떤 지원을, 언제쯤 해주냐고 물었지만 지원단 관계자는 "죄송하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출범한 지 3일 지났는데 무슨 일을 했냐고 묻자 지원단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정부의 지원이 없다보니 이씨는 각개전투를 하듯 유가족들의 연락처를 구했다. 이씨는 "지금 연락처를 알고 있는 유가족들은 지인을 통해서 건너건너 알게 됐다"며 "지방에 있거나 나이가 많은 유가족들은 연락처를 구하기 힘들어 혼자 고통 속에 있을 것이다. 힘 없는 개인이 시간을 써야만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야 하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무자들만 책임을 지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서도 가슴이 찢어진다고 이씨는 전했다. 현장서 열심히 움직인 경찰이나 소방보다 인력 배치 등에 책임 있는 윗선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때마다 배치되던 기동대는 왜 올해 없었는지, 참사 당일 이 장관의 동선은 왜 아직도 밝혀지지 않는지 아직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별수사본부가 윗선에 대한 수사를 할 의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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