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리기자
[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에 한국식 사업모델(BM)을 이식하고 있다. 국내에서 성공한 노하우를 적용해 해외 시장에서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국내 작품을 해외에서 흥행시킨 것에서 나아가 사업모델까지 적용하는 모습이다.
1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말부터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에 '삼다무'를 적용했다. 삼다무는 인기 작품을 선별해 3시간 마다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난 9월 국내 웹툰·웹소설 서비스에 삼다무를 처음 선보인 것에 이어 북미 플랫폼에도 도입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타파스와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하면서 '기다무(기다리면 무료)'를 적용한 바 있다. 일정 주기마다 작품을 무료로 보여주는 기다무는 카카오엔터 콘텐츠 사업의 외형 성장을 가져온 대표적인 사업모델이다. 이를 삼다무로 진화시키면서 북미 플랫폼까지 확대했다. 일단 국내 지식재산권(IP)에 기반한 일부 작품에 도입한 후 확대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네이버도 최근 미국에서 출시한 프리미엄 웹소설 플랫폼 '욘더'에 국내 사업모델을 입혔다. 욘더는 네이버가 지난해 인수한 왓패드에 연재된 웹소설 중 검증된 작품을 유료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모이는 왓패드에서 작품을 발굴하고 인기를 끌거나 작품성이 높은 웹소설은 욘더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이는 네이버가 국내에서 성공시킨 수익 모델이다. 국내에선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도전 만화'나 '챌린지 리그'에서 돋보이는 작품을 네이버웹툰이나 웹소설, 네이버 시리즈로 승격시켜 정식으로 연재한다. 정식 연재 작품은 유료 재화인 '쿠키'를 구매해야 볼 수 있다. 창작자와 이용자들이 모인 플랫폼에선 IP를 확보하고 될 성 부른 작품은 유료화시켜 수익성을 올리는 방식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창작자 중심 플랫폼에서 좋은 작품들에 비즈니스 모델을 붙이고 웹툰이나 웹소설 등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만들었는데 이 같은 노하우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증된 사업모델을 북미 플랫폼에 심는 것은 해외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는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적자를 면하지 못한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상장을 준비하는 만큼 수익성을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
네이버웹툰은 올 2분기 미국에서 21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월 이용자 수(MAU)는 1250만명, 결제 이용자 수(PU)는 54만명이다. 유료 이용 비중이 4% 가량으로 국내(26%)보다 낮다. 반면 ARPPU(결제 이용자당 평균 매출)은 미국이 1만3000원, 한국이 9000원으로 더 높다. 한국 시장보다 수익화할 부분이 많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카카오엔터도 북미 시장에서 수익성 확보가 과제다. 타파스와 래디시를 인수하며 해외 거점 마련에는 성공했지만 M&A와 마케팅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재무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두 회사는 총 2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수익성 강화와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