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미기자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남반구 일대에서 돌고래가 집단으로 좌초해 죽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호주의 한 해변에서 약 200마리의 돌고래가 단체로 폐사한 데 이어 이번엔 뉴질랜드 해변에서 약 250마리의 돌고래가 떼죽음을 당했다.
9일(현지시간) 뉴질랜드텔레비전(TVNZ) 1뉴스에 따르면 지난 7일 둥근머리돌고래 약 250마리가 채텀제도의 북서쪽 해변으로 떠밀려왔다. 1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채텀제도는 뉴질랜드 본토에서 남동쪽으로 800km가량 떨어진 지점의 남태평양 해상에 있다.
뉴질랜드 환경보호부는 "주변에 사는 상어들에게 공격받을 위험이 있어 돌고래들을 적극적으로 인양할 수 없었다"며 살아있는 돌고래들의 고통을 막기 위해 훈련된 요원들이 이들을 안락사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돌고래들의 사체는 자연적으로 부패하도록 그대로 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돌고래 집단 폐사 사건은 앞서 인근 지역인 호주의 한 해변에서도 벌어진 바 있다. 지난달 21일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호주 남동부 태즈메이니아섬 서부 매쿼리항 인근 스트라한 지역의 한 해변에 둥근머리돌고래 약 230마리가 떠밀려왔다.
집단 좌초된 230여마리의 돌고래 중 구조돼 바다로 되돌아간 돌고래는 44마리에 불과했다. 태즈메이니아주 당국은 "처음 발견했을 때 돌고래 170여마리가 죽어있었다"며 인근 양식업자들의 도움을 받아 중장비를 이용해 구조 작업을 벌인 끝에 44마리를 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건은 2020년 호주에서 수백마리의 돌고래가 집단 폐사하는 참사가 벌어진 지 정확히 2년 만에 비슷한 장소에서 발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앞서 2020년 9월21일 호주 태즈메이니아섬 매쿼리항 인근 모래톱에서 참거두고래 약 470마리가 좌초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당국은 일주일 간 구조 작업을 벌이며 100여마리를 구조했지만, 300마리가 넘는 나머지 고래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한편 이처럼 돌고래들이 집단으로 좌초되는 현상에 대한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래들의 감각에 착각이나 혼란을 일으키는 이상 기후나 이상 지형 등 다양한 요인이 좌초의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모두 가설에 그칠 뿐이다. 이와 관련해 뉴질랜드 매시 대학의 고래 전문가 카렌 스토클린 교수는 "고래가 좌초하는 원인은 라니냐와 엘니뇨와 같은 수온 변화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며 "최근 들어 돌고래들이 먹이를 찾아 해안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