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슬기자
[부산=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가장 의기양양한 사람. 오늘 아침 오픈런에서 승리한 자다. 전은비(19·부산)씨의 손에 들린 커다란 봉투 사이로 양조위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양조위 굿즈다. 굿즈샵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 그보다 2시간 반 일찍 도착했는데도 앞에 40여명이 있었다고 했다. 오전 8시30분에 줄을 서서 굿즈를 손에 넣었다. 가격은 3만5천원. 오는 14일 폐막일까지 하루에 150개씩 한정판매 된다. 전 씨는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보고 양조위에게 입덕(푹 빠져 마니아가 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후한 분위기와 눈빛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올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는 바로 양조위(량차오웨이·60)다.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전면 정상화 개최를 선언한 영화제의 멱살을 양조위가 꽉 잡고 달리는 모양새다. 영화를 깊이 아끼고 즐기던 때로 돌아가기 위해 영화제 측도 준비를 많이 했다. 무엇보다 이 중요한 시기에 양조위를 '모셔온' 일은 두고두고 회자할 듯하다.
양조위를 사랑하지 않는 씨네필이 있을까. '양조위는 양조위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는 '비정성시'(1989)·'중경삼림'(1994)·'해피 투게더'(1997)·'화양연화'(2000)·'무간도'(2002) 등에 출연하며 홍콩영화를 이끌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배우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동시대 가장 중요한 배우 양조위를 올해 아시아영화인상에 선정했다. 이견이 없는 수상이다. 그는 영화제 개막식, 기자회견, 관객과의 대화(GV), 오픈토크 등 2박3일 일정을 빼곡히 소화했다.
1980년대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한 양조위는 이제 중년의 전유물이 아니다. 올해 부산에서는 양조위를 향한 10~20대 관객의 열띤 호응을 체감했다. 오픈토크에는 5천여석이 꽉 찼는데, 이 중 대부분이 젊은 관객이었다. 양조위도 몰랐다고 했다. 부산영화제에서 직접 관객과 마주하고서야 알았다고. 마블 '샹치 텐 링즈의 전설'로 1020 관객을 사로잡은 양조위는 이후 재개봉 리마스터링 영화 관람 열풍을 타고 관심을 받았다. 젊은 관객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영화제에 오기 전까지 어디서도 체감 못 한 온도다. GV 암표는 무려 50만원에 달했다. 환갑에 아이돌 뺨치는 인기를 누린 양조위다.
양조위를 향한 1020 관객의 뜨거운 지지와 인기는 굿즈 소비로 이어졌다. 굿즈샵 오픈과 동시에 동나는 까닭에 '귀하신 몸'이 됐다. 큰 포스터와 미니 포스터, 상자 안에 엽서와 배지, 영화 티켓 등이 담긴 굿즈는 나흘째 매진됐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 설치된 굿즈샵에는 양조위 굿즈 샘플이 진열돼 있었다. 직원은 "새벽 4시부터 줄을 서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역대급 인기에 영화제 측도 놀라는 분위기다. 7일 오픈토크 후 핸드프린팅 무대에 양조위와 함께 오른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오픈토크에 5천여명이 운집했다"며 "3040 관객이 주를 이룰 거라는 예상과 달리 10대 관객들이 어마어마한 관심을 보여주셔서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조위 굿즈 세트는 영화제 기간 700세트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림없었다. 오픈 2시간 전부터 구매 대기 줄이 40~50미터 늘어설 정도로 열띤 관심을 보여주셔서 기쁘고 놀랍고 고맙다"고 했다.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양조위 굿즈. 손에 넣을 방법은 없을까. 허 위원장은 "온라인 주문을 통해 추후 배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재고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이슬 기자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