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46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팀장급 직원 최모 씨는 맨 처음 단돈 1000원을 본인의 계좌로 빼돌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소액 이체를 공단 측이 알아채지 못하자 이후 횡령액을 수천만원, 수억원 단위로 높인 뒤 해외로 도피하기 직전엔 한 번에 41억원을 빼돌렸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씨는 올해 4월27일 계좌정보를 조작해 채권압류 등으로 지급보류된 진료비용 중 1000원을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다.
최씨는 1000원 송금한 후에도 아무 문제가 없자, 하루 뒤인 28일엔 1740만6980원을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계좌로 송금했다. 이어 5월6일 3273만7550원, 5월13일 5902만7370원, 7월21일 2625만4620원, 9월16일 3억1632만9927원 등 횡령금액을 점점 늘려 자신의 계좌에 송금했고, 해외 출국 직전인 이달 21일에는 41억7149만7955원을 빼돌렸다.
최씨는 특히 횡령을 시작한 초반에는 휴가를 내기도 했다. 1000원을 횡령한 다음 날이자 1740만여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4월27일에는 오전 반차를 사용했고, 그 다음 3273만여원을 횡령한 5월6일에는 연차 휴가를 썼다. 신 의원은 "횡령이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도주를 위해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9월21일을 마지막으로 무려 7차례에 걸쳐 총 46억2325만5402원을 횡령한 최씨는 9월19일부터 26일까지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잠적했다. 건보공단은 마지막 횡령이 발생한 하루 뒤인 22일 오전 업무점검 중 최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했다.
신 의원은 "(최씨가) 몇 번의 시도를 통해 허점을 파악하고, 마지막에는 과감하게 41억원을 빼돌렸다"며 "처음 한 두 차례 시도에서만 발각됐어도 총 46억원이라는 대형 횡령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팀장 신분으로 지급 계좌번호 등록 및 변경에 대한 권한을 모두 갖게 되는 건보공단의 취약한 지급시스템을 악용한 사례"라며 "분명 개인의 잘못이지만 동시에 건보공단 관리시스템의 부재이자 공공기관의 기강해이"라고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횡령 정황을 확인한 즉시 최씨를 경찰에 형사고발하고 계좌를 동결조치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부터 2주간 건보공단에 대한 특별 합동감사를 진행 중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