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한국 산업계를 찾는 북미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에 공장을 유치하려는 주(州)정부 인사나 공급망 위기를 함께 타계하려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이 시행된 지난달 16일 이후 방한해 국내 기업들을 만났거나 만날 예정인 북미 주요 인사들은 모두 7명에 이른다.
인플레 감축법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을 한 이후 곧장 한국을 찾은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을 시작으로 에릭홀콤 미국 인디애나 주지사, 제이슨 케니 캐나다 앨버타 주지사, 더그듀시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 빅터 페델리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개발장관,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짐 팔리 포드 CEO 등이다. 인플레 감축법 시행 이후 불과 한달 남짓한 시기만에 방한한 인사만 이정도다. 미국 완성차 기업과 협업한 국내 배터리셀·소재 기업들이 많고 북미에만 10여개 이상의 현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어 한국을 찾는 인사들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조금씩 궤를 달리 하지만 ‘인플레 감축법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특히 투자를 독려하며 현지 공장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지난달 말 방한한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더그 듀시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 모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을 찾아 신규 공장 설립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에 쓰이는 광물자원이 풍부한 캐나다의 주정부 인사들도 앞다퉈 한국을 찾았다. 제이슨 케니 캐나다 앨버타 주지사는 지난달 27~31일 한국을 찾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케니 주지사는 앨버타주내에 매장량이 풍부한 리튬 염호(ℓ당 무기염류량이 500㎎이상인 호수)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니켈·코발트 등의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개발장관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잇달아 찾아 공장 유치를 타진했다.
북미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을만큼 한국 배터리·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가지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판매된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3사는 점유율 55.6%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들이 배터리 3사가 올해 하반기 신규 가동하는 공장 규모만 63GWh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기차 약 88만대 이상에 들어갈 수 있는 배터리양이다. 올해 북미에서만 LG에너지솔루션의 오하이오 공장, SK온의 조지아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국내 3사는 미국 완성차 3사(GM·포드·스텔란티스) 모두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이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구축 계획을 확정하면서 국내 배터리와의 추가 협력 가능성도 크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329만9000대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도요타그룹(513만8000대), 독일 폭스바겐그룹(400만6000대)에 이어 3위를 차지했으며, 전기차 점유율은 미국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