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동훈 100일과 양학선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24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 100일이 됐다. 그는 100일 간 여러 의미로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특히 그의 말이 그랬다. 지난 2일 법무부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남긴 체조 이야기는 검찰 내 강한 울림을 줬다.

한 장관은 1932년 LA올림픽 남자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딴 사비노 굴리엘레티(1911~2006, 이탈리아)와 2012년 런던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양학선의 경기영상을 차례로 틀어주고 비교했다. 그는 "인간의 DNA가 80년새 바뀌었을 리 없다. 이 선수(굴리엘레티)가 노력하지 않았을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확실히 기량이 다르다"라면서 "이건 축적된 노하우와 전달된 자산의 차이"라고 했다. 굴리엘레티는 단순히 도마를 깔끔하게 뛰어넘는 실력으로 우승했다. 반면 양학선은 도마를 짚으며 한 바퀴 돌고 공중에서 3회전 후 착지하는 ‘양학선1’ 기술로 정상에 올랐다. 대를 거치며 선수들의 기술과 노하우가 쌓여 진화한 것이다. 한 장관은 검찰의 수사력도 같다고 했다. "70년간 축적된 검찰의 수사와 재판에 대한 역량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산"이라고 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만든 전임 정부의 오판을 지적하고 ‘검수완복’을 위한 노력에 정당성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 검찰 조직과 수사가 ‘양학선’ 기술만큼 진일보했는가"라는 점은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무작정 검찰 수사권 복원부터 하려는 한 장관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시선과 견제가 존재한다. 한 장관이 취임 후 법무 행정은 진일보하고 있다. 변호사시험은 ‘종이 없는 시험’으로 바뀌고 이민청 설치·촉법소년 연령 하향도 공론화됐다. 노후된 교정시설의 수용 및 근무 환경도 대폭 개선됐다. 그에 비하면 검찰은 아직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검찰은 이른바 '특수통' 검사들이 요직에 중용되고 '사단'과 '비사단'으로 편이 갈린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수사 역시 중립성을 두고 여론이 갈린다. 검수완복 뒤에도 한 장관은 계획이 다 있을까. 새 검찰총장도 이제 취임한다. 한 장관의 발걸음은 더 빨라질 것 같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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