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도중 내가 녹음해도 불법? 과도한 규제 vs 음성권 보장

"대화 참여자 모두 동의 구해야 녹음 가능" 법안 발의
사생활·통신 비밀 자유 강화, 음성권 보장한다는 취지
다소 과하다는 우려 제기, 녹음 순기능 저해 시각도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메모지와 볼펜을 찾기 귀찮아서 업무상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별 생각 없이 통화 및 대화를 녹음했던 사람이라면 통화 녹음이 꼭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게 됐다. 대화 당사자라 해도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 및 대화를 녹음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의 형사처벌 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사생활 및 통신 비밀의 자유를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다소 과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국회 문턱을 넘을지 주목된다.

22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대화 녹음 시 대화 참여자 모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제 3자가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타인간의 사적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통화 중 상대방의 동의 없이 그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행위에 대해선 규율하고 있지 않아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게 윤 의원의 설명이다.

윤 의원은 "제 3자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에는 현행법에서도 처벌받지만, 대화 당사자 간의 동의 없는 녹음은 처벌받지 않는 것이 현재 판례"라며 "협박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등 범죄가 나오고 있어 당사자간 대화도 동의를 구한 후 녹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미국 10여개 주와 프랑스 등이 상대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을 규제한다.

다만 과도한 규제가 자칫 법적 근거 확보나 사회 고발이란 녹음의 순기능을 저해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제 3자가 대화를 몰래 녹음했어도 공익 등 정당한 목적이 있을 경우 이를 적법하게 인정한 판례도 있다.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아동학대 정황을 잡은 사건에서 법원은 학부모의 녹음을 불법 녹취로 보지 않았다. 2017년 10월에도 통화 중 녹음을 할 때 상대에게 알림이 가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 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애플의 아이폰과 달리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통화 녹음 기능이 탑재돼 있다. 업무상 통화 녹음이 필요해 갤럭시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화 녹음기능이 사라지면 갤럭시 이용자들의 이탈이 상당할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IT과학부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