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SK, 꿈의 '녹인 소금' 원자로 개발 손잡았다

차세대 원전 소듐냉각고속로
'녹인 소금' 용융염 연료 삼아 가동
안전성 높고 폐기물 획기적으로 줄여

SK그룹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소형 원자로 개발업체 '테라파워'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 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소형 원자로 개발업체 '테라파워'에 SK그룹이 3000억원을 최근 투자했다. '탄소 중립 시대' 핵심 전력 공급원인 소형 원자로 개발 경쟁에 국내 기업도 뛰어든 것이다. 특히 테라파워는 '녹인 소금'을 연료 겸 냉각재로 삼는 신개념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으며, 상용화에 성공하면 원전의 핵폐기물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손꼽힌다.

SK와 손잡은 빌 게이츠…차세대 원자로 만든다

SK는 에너지·화학 계열 중간지주회사 'SK이노베이션'을 통해 테라파워에 30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완료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테라파워가 유치한 총 투자액은 7억5000만달러(약 9860억원) 규모로, SK의 투자액은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테라파워는 확보한 자금으로 차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며, SK는 이 제품의 상용화에 참여하게 된다.

테라파워는 게이츠가 2008년 약 35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했다. 테라파워는 우라늄 대신 토륨과 '녹인 소금(molten salt·용융염)'을 연료로 삼는 SFR 설계에 매진해 왔다. SFR은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소에 비해 최대 발전량이 2~3배가량 떨어지긴 하지만, 저렴하고 안전하며 발전 후 핵폐기물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녹인 소금' 핵연료가 핵심

용융염의 영어 표기를 번역하면 '녹인 소금'이지만 사람이 먹는 소금은 아니다. 질산나트륨(sodium nitrate)과 질산칼륨(potassium nitrate)을 혼합한 물질을 섭씨 260~550도로 가열해 액체 상태로 만든 것이다.

'녹인 소금'으로 번역되는 용융염(molten salt)은 염을 가열해 액체 상태로 만든 물질을 뜻한다. 차세대 원전의 연료 겸 냉각재로 손꼽힌다.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용융염의 장점은 다루기 쉽다는 것이다. 끓는 온도가 높아 원자로가 뜨거워져도 증발하지 않고, 대기에 노출되면 굳어버린다. 설령 원자로 운용 중 사고가 발생해도 유독한 기체가 흘러나오거나 노심 용융(뜨거운 핵연료로 인해 원자로 구조물이 파손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핵폐기물도 기존 원전에 비해 최대 95%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견 '꿈의 원자로'처럼 보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경제성이다. 오늘날 가장 보편화된 경수로 방식 원자로와 비교해 제조 단가가 매우 비싸며 핵심 냉각재인 소듐은 취급이 어렵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또한 수십년간 SFR을 개발해 왔으며 관련 설계 기술도 다수 보유했지만, 전력 생산용이 아닌 기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는 보조 용도로만 연구되고 있다.

경쟁 치열해는 소형 원전 시장

SK의 지원을 받은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의 소도시 케머러에 SFR 시제품을 건설할 계획이다. 건설 기간은 2024년부터 2031년까지 7년이다.

테라파워가 첫걸음을 뗐지만 글로벌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수많은 업체가 소형 원자로 개발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도 치열하다.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 롤스로이스의 차세대 소형 원전 예상 이미지 / 사진=롤스로이스

현재 시제품 건설 단계까지 가장 앞서나간 회사는 세계 2위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인 영국 '롤스로이스'로, 경수로 방식 소형 원자로를 향후 25년 안에 16기 짓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회사 원자로는 이미 영국 규제당국 심사를 받고 있으며, 향후 원자로를 제조할 공장 부지 6곳도 낙점했다.

또 다른 소형 원전 개발 스타트업 '뉴스케일'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원자로 설계 인증을 받았다. 이 기업은 지난해 6월 경영 전략을 '제품 개발'에서 '제품 납품'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으며, 앞으로 미국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 현장에 첫 상업용 원자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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