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 30조 풀린다…부실채권 업계 '긴장'

[아시아경제 이은주 기자] 금융당국의 새출발기금 정책 발표 이후 부실채권(NPL)업계에 적잖은 긴장감이 감돈다. 당국이 30조원 규모의 NPL 매입을 공식화하면서, 업계로서는 핵심 영업 기반인 NPL 물량이 급감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NPL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대출채권을 의미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 정책이 미치는 시장 여파에 긴장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NPL 기업은 금융사로부터 부실채권을 입찰 받아 스스로 회수하거나, 재판매를 통해 수익을 낸다. 연합자산관리공사(유암코), 대신F&I, 하나F&I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로서는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대출 상환 유예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 풀리는 NPL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온 상황이라, 물량의 추가 급감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PL시장 규모는 2020년 3조원에서 2021년 2조4000억원 정도로 줄어들었다. NPL 업계 관계자는 “2020년에도 3조원 규모에 불과했던 시장이 지난해에는 2조원대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대출 상환 정책 유예 중단과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업계가 사들일 수 있는) NPL 물량이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번 정책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기필 나이스 신용평가 금융평가실장도 “3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시장인데, 정부가 30조원 규모의 물량을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시장에 당연히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권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측에만 부실채권을 판매하도록 한 정부 정책에 불만을 표하는 분위기다. 그간 은행권은 3개월 이상 부실이 발생한 채권의 일부를, NPL기업들에 입찰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손해를 줄여왔기 떄문이다. 새출발기금 운영 기간이 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 대상이 되는 채권에 대해서는 이같은 의사결정이 약 3년간 막히게 된다. 때문에 은행이 감당해야 할 손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NPL 기업 등 제3자에 새출발기금 대상 차주의 채권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방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NPL기업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부실채권들의 회수가 어려울 경우 대부업체 등에 재매각하는 결정을 내린다”며 “그러면 차주들은 대부업자 등으로부터 자력으로 갚을 수 없는 연체원리금에 대한 추심 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캠코에만 해당 채권을 매각하도록 하는 방침을 유지해야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NPL업계는 우선은 추가로 발표될 세부방안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선은 16일 발표되는 새출발기금의 구체적인 세부방안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NPL업계 관계자는 “NPL 기업들은 주로 담보가 있는 채권들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캠코측이 가져가는 채권이 무담보 채권들이 대부분일 경우엔 생각보다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며 “일단 정부의 구체적인 후속 대책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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