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후보자 인사청문회… 여야 경찰국 신설 놓고 공방 계속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8일 오전 진행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논란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했다. 윤 후보자는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야기된 정부와 경찰조직 간 갈등에 대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경찰권 역시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동시에 중립성과 책임성 또한 결코 훼손돼서는 안 될 가치"라고 강조했다.

윤희근 "조직원 마음 모아 분위기 쇄신할 것"

윤 후보자는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경찰국 신설 논란과 관련해 "정책부서의 고민, 현장동료들의 의견, 국민들의 우려, 각자 위치와 처지는 달라도 경찰을 위하는 애정 어린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마음으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지속가능한 치안 시스템, 더 효율적인 형사사법 시스템을 마련하고 아울러 조속히 조직원들의 마음을 모으면서 분위기를 쇄신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의 본업' 민생 치안에 대한 강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민생안전은 국민의 기본 권리이자 경찰의 존재 이유"라며 "국민이 범죄와 위험의 불안에서 벗어나 행복한 일상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안심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 호보자는 그러면서 "공정과 공감의 토대 위에 법과 질서, 상식과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며 "불법과 폭력을 엄단하면서 한 치의 치우침 없이 법을 집행해 '준법이 곧 이익'이란 국민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경찰 조직문화 개편도 약속했다. 윤 후보자는 "제복인의 명예, 일선 현장의 자부심과 긍지야말로 경찰 활동의 품격을 높이는 핵심동력"이라며 "당당하고 자신있게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고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또 "긴밀한 소통과 실감나는 교육을 기초로 개개인의 문제 해결력을 높이면서 신바람 나고 활기 넘치는 직장풍토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경찰국 당위성 공방… '헌법 위반' vs '통제 양성화'

윤 후보자의 모두발언 뒤 여야는 경찰국 신설에 대한 당위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히 윤 후보자에 대해 "경찰국 설치 과정에서 청장 직무대행으로서의 스탠스가 굉장히 모호했다"며 "국민들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14만 경찰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윤석열 정부와 이상민 장관의 입장을 대변하고 지시만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지적했다. 김철민 의원은 이어 "경찰국 설치가 국민들로부터 반발을 받고 있는 것이 절반의 책임은 후보자에게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어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고 헌법을 위반하면서 무리하게 경찰국을 강행해 설치한 건 경찰수사권에 개입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문 의원은 또 "공무원 조직은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인사권"이라며 "사전·사후인사를 통해 수사권을 수사권에 개입하기 위한 조치라고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윤 후보자는 "그런 우려가 있는 것을 듣고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청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인사권을 법률 범위 내에서 소신있게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국 신설에 대해 "과거 정부에서 밀실로 하던 인사나 관리 통제를 이제 행안부를 통해 제대로 양화시켜보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야합으로 하는 것보다 (경찰국 신설로) 오히려 양성화됐는데 경찰은 오히려 찬성해야 하는 입장 아닌가"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윤 후보자는 "지적해주신 부분에 일정부분 공감한다"면서 "경찰국 신설을 반대한 일부 일선 경찰들은 중립성, 책임성 등이 훼손됐던 과거 역사 때문에 우려를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치안감 인사 번복은 국기문란?… 대답 못한 윤희근

지난달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된 류삼영 총경의 징계 타당성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는 국민을 위해 모였다고 하는데 정인이 사건, 인천빌라 층간소음사건 때 경찰은 무엇을 했느냐"며 "그런 것부터 반성을 하고 서장회의를 하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반대로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는 총경 회의 사실을 소통하면서 내용들을 잘 관리하고 있다가 갑자기 종료 뒤 2시간 만에 대기발령이란 조치를 취했다"며 "이런 삶이 13만 경찰을 통솔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탈북 어민 강제북송 문제도 언급됐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11월7일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할 때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대원 8명이 투입됐다"며 "경찰특공대가 외부로 요청받아 파견된 적은 창설 이래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그러면서 윤 후보자를 향해 "경찰은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가 제일 중요하다"며 "외부요청이 파견된 적 없는 경찰특공대가 청와대에서 무슨 이유로, 어떤 명령을 받았는지 후보자는 경찰청장이 된다면 단호하게 결정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관한 질의도 오갔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6월21일 치안감 보직 인사 내용을 발표했다가 2시간 만에 번복한 바 있다. 초유의 사태에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국기문란"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자에게 "윤 대통령 말처럼 경찰청이 행안부 장관이 넘겨준 인사명단을 대통령실에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개해버려 발생한 국기문란이란 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답을 하지 못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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