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영화 '외계+인' 1부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절반 이상 확보한 극장 좌석이 파리 날렸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외계+인' 1부는 개봉 첫날인 20일 15만8110명을 모았다. '미니언즈 2(14만6912명)', '탑건: 매버릭(6만1308명)', '헤어질 결심(2만1092명)'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겉보기에 순조로운 출발 같지만 이면은 불안 요소로 가득하다. 동원한 관객 수부터 블록버스터치고 적다.
올해 최다 관객(1267만3353명)을 기록한 '범죄도시 2'는 개봉 첫날(5월 18일) '외계+인' 1부보다 세 배 많은 46만7498명을 유치했다. 588만4569명을 동원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71만5684명(5월 4일), 283만6701명을 기록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76만3645명(6월 1일)로 첫발을 뗐다. 250만 명 이상을 모은 '마녀 2(280만2507명)'와 '토르: 러브 앤 썬더(259만1365명)'도 각각 26만6516명(6월 15일)과 38만2190명(7월 6일)로 순항을 예고했다.
올해 '외계+인' 1부와 비슷하게 출발하고 '대박'이 난 사례가 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탑건: 매버릭'이다. 첫날 18만8312명을 모으는 데 그쳤으나 2주차에 역주행해 장기 흥행한다. 올해 박스오피스 2위(598만9182명)다. 개봉 5주차에도 박스오피스 3위권에 자리해 있다. 역전의 동력은 입소문. 관객의 만족도 척도인 CGV 골든에그지수(99%),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9.8점), 메가박스 관람평(9.7점) 등에서 압도적 수치를 보인다.
'외계+인' 1부는 전철을 밟기 어려워 보인다. CGV 골든에그지수는 86%,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은 8.4점, 메가박스 관람평은 8.2점이다. 같은 날 개봉한 '미니언즈 2(92%·9.0점·8.7점)'보다 모두 떨어진다. 시큰둥한 분위기는 좌석 판매율에서도 감지된다. 전체 극장 좌석의 52.4%를 점유했으나 11.4%에 그쳤다. 경쟁작인 '미니언즈 2(25.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좌석 1만 석 이상을 확보한 일곱 편 가운데 6등이다. 꼴찌인 '범죄도시 2(9.4%)'가 개봉 10주차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가장 부진했다.
배급사 CJ ENM은 그야말로 비상에 걸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내놓은 세 편이 모두 흥행에서 참패할 위기에 놓였다. '브로커(125만9198명)'와 '헤어질 결심(134만1503명)', '외계+인' 1부로 6·7월 극장가를 장악하려던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은 원활한 해외 판권 판매로 타격이 심각하진 않다. '외계+인' 1부의 처지는 다르다. 복수 영화계 관계자들은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해외 바이어 반응이 미지근했다. 기대했던 수준의 계약을 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CJ ENM 관계자는 "웬만한 대중영화 한 편을 제작할 정도의 수익을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외계+인' 1부의 순제작비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330억 원이다. 흥행 부진은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비슷한 규모의 2부가 내년에 개봉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