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변이종이 잇따라 출몰하면서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직장인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아도 회사에서는 유급 휴가를 지급하기는커녕, 개인 연차 사용을 강요하거나 재택근무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18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7만497명으로 집계됐다. 1주일 전(11일·3만1805명) 동시간대 집계치와 비교하면 1.97배, 2주일 전(4일·1만7146명)보다는 4.11배 늘었다.
1주일 단위 더블링 현상(전주 대비 확진자가 2배가량 증가하는 것)이 이어진다면 오는 26일에는 19일(7만여명)의 2배인 14만명, 2주 뒤인 다음달 2일에는 26일(14만명)의 2배인 28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질병관리청은 9월 중순~10월 중순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최대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와 같은 증가 속도라면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중증 환자 수와 병상 가동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8일 0시 기준위중증 환자 수는 전날(71명)보다 10명 증가한 81명이다. 위중증 환자 수가 80명대로 올라온 것은 지난달 17일(82명) 이후 31일 만이다.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가운데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아파도 쉴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3년차를 맞다 보니 계절 독감 수준의 질병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재택 치료 중에도 근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된 직장인 한모씨(25)는 "몸이 이상해서 자가검사키트를 해봤더니 양성이 떠서 진단소에 검사를 하러 갔다 왔다. 물론 연차를 썼다"며 "확진 이후 회사에 알리니 유급 휴가는 없고, 재택근무를 하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한씨는 "어쩔 수 없이 아픈 와중에 재택근무를 했다"며 "열·기침이 나오고 어지럼증도 심해서 앉아있는 게 힘들었다. 체력이 좀 떨어진 상태라 집중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강제 연차 사용 대신 재택근무를 하게 해줘서 다행이긴 한데 아픈데도 일을 해야하니까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으로 직장인 확진자가 늘어났지만 직장 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은 올해 1월부터 3월20일까지 부당처우 제보 19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급휴직과 연차휴가 강요 ▲임금삭감과 휴가권 박탈 ▲권고사직·해고 등의 사례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코로나19 유급휴가비를 줄인 것도 문제다. 이미 지급일(최대 7일→5일)과 금액(7만3000원→4만5000원)이 줄은 상황인데, 지난 11일부터는 지원 대상까지 축소했다. 종전 모든 중소기업에 지원하던 유급휴가비를 종사자 수 30인 미만 기업으로 한정하면서 중소기업 종사자의 75.3%만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생활지원금 역시 소득 하위 절반에만 지급한다.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일 경우에만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2022년 기준중위소득은 1인 가구 194만4812원, 4인 가구 512만1080원이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코로나19는 국가에 닥친 재난"이라며 "국가 재난이 발생했을 땐 국가가 나서서 책임지고,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백신의 경우, 무료 제공으로 백신 접종률을 빠르게 끌어 올렸다. 국가가 백신을 전면 부담했기 때문에 방역에 도움이 된 것"이라며 "하지만 그 외 모든 코로나19 관련한 책임을 개인으로 떠넘긴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유사 증상이 있어도 일을 하러 가는 사람이 생기면서 코로나 확산을 부추긴 부분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확산을 막기 위해선 국가가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다"며 "백신 접종, 유전자증폭(PCR) 검사, 격리 등에 필요한 휴가가 있는데, 격리 휴가만 지원하더니 최근에는 이것마저도 깎았다. 모든 비용 책임을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코로나19 관련 지원과 혜택을 축소할 게 아니라 유럽의 사례처럼 보상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