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내년 대손충당금 비용 본격 상승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국내 은행들의 대손 관련 적립 규모가 해외 은행들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내년에는 대손비용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은행들의 대손비용률(총대출 대비 충당금 비중) 비교한 결과 한국은 미국과 함께 코로나 시기 대손비용률 상승폭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요은행의 코로나 국면 최종 대손비용률 상승폭은 3bp(1bp=0.01%포인트)였고 한국은 4대 시중은행 평균 8bp였다. 영국은 17bp, 유럽은 35bp, 일본은 24bp였다.

미국의 경우 주요 선진국 가운데 코로나 충격에도 2020년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가장 적었고 지난해에는 강한 경기회복이 나타난 만큼 국내 은행권이 미국 은행들처럼 적은 최종 손실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과정에서 차주들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음에도 유럽, 일본 등 해외 은행들과 비교한 최종 손실 인식 규모는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향후에도 국내 은행권의 코로나 관련 충당금 적립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코로나 국면에서 해외 은행들의 최종적인 대손율 상승 수준을 국내 은행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최소 10~20bp의 대손비용 상승압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될 경우 잠재 신용손실이 현실화하면서 은행의 대손비용이 증가하고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중 국내 은행의 대손 관련 적립 수준은 신용손실 분포의 하위 25∼45%에 불과해 예상 손실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손 관련 적립 수준이 신용손실 분포의 상위 75∼9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대손 부담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 부담을 동반한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파른 데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처럼 인플레이션 부담이 확대되면서 가파르게 금리가 상승하는 환경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기업채산성을 악화시켜 은행 차주 전반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내년부터 대손비용이 본격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올해 9월까지 유예조치가 연장되고 시중은행의 금융지원 프로그램 만기가 내년 초로 예정돼 있어 대손비용의 본격 상승은 2023년이 될 것"이라며 "2022년 하반기 중에도 신규 부실이 확대되면서 대손율이 현 수준에서 더 낮아지기는 어렵고 금융당국이 코로나 관련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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