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부애리기자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4대 시중은행에서 지난 1년 간 하루 3대꼴로 ATM이 사라졌다. 신용카드, 간편결제 등으로 현금 사용이 감소했고, 은행들 입장에서는 운영비가 많이 드는 ATM이 애물단지가 됐기 때문이다.
3일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1분기말 기준 보유 ATM은 1만8102대로 지난해 대비(1만9229대)보다 1127대 줄었다. 각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경우 5589대에서 337대가 감소한 5252대였고, 신한은행의 경우 5422대에서 5109대로 313대를 없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보유한 ATM은 각각 4181대·3560대로, 각각 327대·150대씩 줄였다.
ATM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금 사용이 줄면서 수요가 예전만 못한 탓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지급수단별 이용건수 중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6.4%였지만 2021년에는 21.6%로 줄어들었다. 반면 모바일 카드의 경우 2019년 3.8%에서 2021년 9.0%로 증가했고, 신용카드 이용 비중은 2019년 43.7%에서 2021년 43.4%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ATM을 운영하는 은행 입장에서도 비용 대비 수익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ATM은 1대당 구입·설치 비용이 1000만원 가까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ATM 수수료는 1000원대 안팎이다. 시중은행들이 비용을 메꾸기 위해 수수료를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ATM 수수료 면제 정책을 쓰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은행의 점포 수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4대 은행의 점포 수는 3016개로 지난해 대비 287개 감소했다. 은행 점포수 역시 이틀에 1개꼴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점차 사라지는 ATM의 빈 자리는 스마트텔러머신(STM) 등 고기능성 기기들이 메우고 있다. STM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ATM를 통해 제공하는 현금 입·출금, 송금·이체, 조회, 통장정리 기능 외에도 바이오 인증을 통한 계좌 개설, 체크카드 발급 및 재발급, 인터넷뱅킹 신규·해지, 보안매체 발급, 공과금 납부 등 다양한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STM은 ATM 보다도 설치·유지·보수 비용이 높은 편이지만, 기존엔 창구에서만 가능했던 업무를 자동·지능화한 만큼 무형의 인건비 절감효과가 크다. 그런만큼 시중은행들은 STM 확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4대 시중은행이 올해까지 전국에 설치한 STM 대수는 395대로 불과 3년 전인 2019년 말 대비 85.4% 증가했다.
최근엔 대출 등이 실시간·원격으로 가능한 화상전용상담창구도 늘어나고 있다. 4대 은행의 화상전용상담창구는 지난 2019년 말 단 6곳에서 올해 224개까지 늘었다. 화상전용상담창구는 STM이 갖춘 기능 외에도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 상담·가입은 물론 개인대출 상담도 가능해 ATM의 기능을 한 참 뛰어넘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현금이용비중이 20%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인데다, 입·출금 및 송금에 각종 수수료 면제혜택을 부여하면서 각 은행으로선 ATM을 유지할 유인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STM 등 고기능성 기기들의 경우 기존 업무에 더해 창구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ATM은 물론 각종 지점·출장소의 자리까지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ATM 축소 등 은행들이 비용절감에 나서는 건 어쩔 수 없어도 금융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률적으로 줄여나가면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평판이 낮아질 수 있다"며 "점포별로 타깃을 분석하고 파악해 시니어가 많거나 현금 수요가 많은 쪽은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방침을 세우는 등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