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환기자
[아시아경제 전북 정읍=이명환 기자] 무궁화호는 지난 1977년부터 우리나라 곳곳의 철길을 누볐다. 사람 나이로는 45살의 중년에 해당한다. 도입 당시만 해도 우등객차로 분류됐던 무궁화호는 세월이 흐르며 고속철도인 KTX와 전동열차인 ITX에 자리를 내주며 운행 중인 국내 여객열차 중 최하위 등급으로 내려갔다. 사용 기간도 오래돼 노후화로 차례대로 퇴역 절차를 밟고 있다. 노후화된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는 전동화 열차인 'ITX-새마을'이 대체하고 있다. 다원시스의 신형 준고속 간선형 전동차 'EMU-150'도 ITX-새마을의 이름으로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빈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다원시스는 지난달 31일 전북 정읍공장에서 EMU-150 간선형 전동차 출고 기념식을 열었다. 지난 2019년 수주 후 3년여만에 첫 기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MU-150의 초도 출고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출고식에는 윤준병 국회의원과 유진섭 정읍시장, 유영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술안전본부장 등 관계자들과 박선순 다원시스 회장이 참석했다.
EMU-150의 운행 최고속도는 150㎞/h, 설계 최고속도는 165㎞/h다. 기관차가 따로 있는 기존 무궁화호·새마을호와 달리 차량마다 동력을 장착한 동력분산식을 채택해 견인력과 운영 효율성이 뛰어나다. 차량의 주요 장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상태기반 유지보수 시스템(CBM)'이 국내 최초로 적용돼 사전 대응 능력과 안전성을 높였다. 열차는 편성에 따라 4량과 6량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EMU-150은 코레일의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 경전선, 장항선, 동해선, 중앙선 등 7개 노선에서 운영될 계획이다.
직접 시승한 열차는 쾌적한 환경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뽐내고 있었다.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좌석 간격을 확보했고, 좌석 선반도 노트북을 놓고 작업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크기였다. 각 좌석마다 팔걸이 부분에 설치된 220V 콘센트와 USB 충전 포트도 눈에 띄었다. 상위 등급 고속열차인 KTX보다 넓은 화장실도 특징이었다. 승객이 탑승한 객차에서 동력을 만드는 동력분산식을 채택했음에도 운행 중 소음과 진동은 거의 느끼기 어려웠다.
EMU-150이 만들어진 전북 정읍공장은 다원시스의 두번째 철도차량 생산 기지다. 기존 경북 김천공장에 더해 정읍공장이 2019년 준공되면서 생산 능력을 키웠다. 이곳 정읍공장에서는 도시철도용 전동차와 준고속열차가 생산된다. 이날도 공장 곳곳에서 제작 공정이 한창인 EMU-150과 도시철도용 전동차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원시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정읍공장은 철도선이 공장 내부와 직접 이어지는 국내 3개뿐인 공장 중 한 곳이다. 공장과 철도선이 직결된다면 시험 운행과 전동차 납품 등에 유리하다.
EMU-150의 첫 출고는 다원시스에게도 남다른 성과다. 도시철도를 위주로 사업을 펼쳐왔던 다원시스의 첫 준고속열차 납품이기 때문이다. 철도 부문은 다원시스의 매출액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EMU-150 간선형 전동차 사업은 2019년 다원시스가 150량분을 처음 수주한 뒤 같은 해 208량을 추가 수주해 총 358량의 납품이 진행 중이다. 사업 규모는 약 5942억원에 달한다. 초도 편성의 출고를 시작으로 나머지 계약물량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납품이 순차 진행될 예정이다.
다원시스 관계자는 "추진제어장치 등 주요 핵심 전장품을 자체 기술력으로 직접 제작해 완성한 차량이라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그 동안 도시철도에만 국한됐던 철도사업을 준고속열차까지 확장해 철도사업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