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회사 한샘'이 골프대회 후원하는 까닭은

실적악화·직원 이탈 등 성추문 사건 이후 최대 위기에도
2일부터 열리는 'KLPGA 2022 롯데오픈'에 후원
잠재적 대주주 롯데와 마케팅 시너지 노려

한샘 상암동 사옥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오늘(2일)부터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열리는 ‘KLPGA 2022 롯데오픈’ 골프대회에 다소 낯선 스폰서가 등장했습니다. 15개 후원사 중 해마다 대회를 후원해 온 롯데백화점, 롯데건설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 인천광역시 외에 가구회사 한샘이 등장한 것입니다.

한샘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골프대회를 후원한 일이 없습니다. 얼핏 봐선 별 연관도 없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이유를 알고 보니 이렇습니다. 한샘은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인수됐습니다. IMM PE는 당시 한샘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의 지분 15.45%를 포함한 지분 37.8%(유효 지분)를 인수해 한샘의 경영권을 가져갔습니다.

지난해 9월 롯데쇼핑은 IMM PE의 공동인수 파트너로 등장하면서 이 PEF에 2995억원을 출자했습니다.

IMM PE는 한샘과 지분인수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전략적 투자자(SI)를 물색해 왔습니다. 한샘 경영은 IMM PE가 맡고 있지만 롯데쇼핑은 한샘의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잠재적 대주주인 셈입니다. 향후 IMM PE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한샘을 다시 매물로 내놓을 때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롯데쇼핑이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롯데의 골프대회 후원 제의를 뿌려치긴 어려웠을 겁니다. 한샘으로서는 오히려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스포츠 후원 또한 지적 받을 만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업계와 증권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IMM PE로 주인이 바뀐 후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며 마케팅 등의 비용 삭감에 나선 상황에서 골프대회를 후원하는 게 앞뒤가 맞느냐는 겁니다.

한샘의 경영실적은 지난 1분기 매출액 52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습니다. 영업이익도 100억원으로 60.2% 감소했습니다. 코로나 위기가 한창이던 2020년과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931억원, 633억원이었습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습니다. 지난해 7월 주당 14만65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최근 6만~7만원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IMM PE 인수 이후 젊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한샘의 직원 숫자는 1년 새 10% 넘게 줄었습니다. 2017년 사내 성추문 사건 이후 최대 위기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롯데백화점 등 대형매장에 한샘 매장을 확대하는 등 롯데그룹과의 협업 확대를 모색 중인데 이번 후원도 그와 같은 정책의 일환이고 마케팅을 강화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참여로 봐 달라"고 말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중기벤처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