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1년만에 월 이자가 80만3000원에서 114만3000원으로 늘었습니다. 기절할 노릇이죠." 2년 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4억원을 대출 받았던 이정미씨(47·가명)의 이야기다. 그가 2020년 5월 처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금리는 2.79%였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초저금리 흐름을 타 2021년 5월 금리가 2.41%로 내려갈 때만 해도 역시 변동금리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1년 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달 변동금리 이자는 3.43%를 적용받았는데 1년 전보다 1%포인트나 올라 월 이자 부담만 34만원 증가했다. 이씨가 고정금리를 선택했다면 5년 동안은 금리 2.9%를 적용받아 월 96만6000원씩 이자를 내면 됐다.
금리가 오르면서 한 달에 수십만원씩 이자를 더 내야 한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시중은행에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던 사람들의 월 이자 부담이 또 늘어났다. 전날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4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84%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변동금리의 산정기준으로 3월 기준보다 0.12%포인트 뛰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SC제일·한국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반영된다. 코픽스가 오르면 은행이 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주고 자금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코픽스와 연동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따라서 움직인다. 대출자들은 6개월에 한번씩 코픽스를 바탕으로 재산정된 금리를 적용받아 대출을 갚는다. 금융권에선 이달 26일 한국은행이 또 한번 기준금리를 올리면 코픽스가 상반기 안에 2%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처음 대출할 때는 고정금리가 더 비싼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변동금리가 이자가 훨씬 비싸다"며 "앞으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부터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변동금리는 최대 5%를 넘겼다. 신규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는 국민은행 3.54~5.04%, 우리은행 3.80~5.01%, 농협은행 3.29~4.49%, 신한은행 3.58~4.60%로 금리가 조정된다.
가계대출 이자 수준은 한층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저금리 기조가 절정이었던 2020년만 해도 연 1~2%대 금리의 가계대출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3~4%대 대출로 대세가 완전히 넘어온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중은행에서 새로 돈을 빌린 대출자의 금리 수준은 1~2%대가 15.7%, 3%대가 48.2%, 4%대가 26.7%였다.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 2020년 8월 1~2%대가 89%에 달했고, 3%대는 6.8%, 4%대는 2.0%였을 때와 비교하면 대출이자가 크게 올라 이자 부담도 불어났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1인당 연이자 부담은 평균 16만4000원 늘어난다. 1%포인트 상승하면 연이자 부담액은 65만5000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