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마이데이터] 조영서 '이제는 초개인화로 달릴 시기'

아직 초창기라 서비스 부족해
부동산, 자동차 정보까지 개인 자산 완벽 파악 필요
"의료·통신 확장해야 세계적인 마이데이터 가능"

조영서 KB금융지주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가 우여곡절 끝에 올해부터 정식으로 시작됐다. 개인의 신용정보를 활용한 디지털 자산관리 등 각종 서비스 등장에는 영미권에 비해 우리나라가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자화된 정보의 범위와 참여기관 수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앞으로 이를 활용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영서 KB금융지주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겸 KB국민은행 DT전략본부 전무는 지난 6일 아시아경제와 만나 이 같이 강조했다. 개인자산관리(PFM)을 계속 정교화시키는 미국의 ‘민트’나 오픈뱅킹 기반 은행 중심인 영국 등 해외에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정교화되면서 개인의 금융 코치, 재무 코치로 자리 잡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마이데이터 초창기라 아직 서비스별 개인화가 덜 된 상태라는 진단이다.

다만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봤다. 개인에 대한 정보 분석이 아직 정교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수많은 정보들이 디지털로 표준화됐기 때문에 분석이 더욱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해 표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도 강점이다. 기존에는 각 기업의 홈페이지 상 화면에 표시된 정보를 일일이 스크래핑(긁어오기)했기 때문에 주소, 이름 등 정보 항목 위치만 바꿔도 정확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었다. 이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인증 정보도 직접 저장하고 관리해야 했기 때문에 보안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표준 API가 의무화되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조 CDPO는 "외국은 개인들의 정보를 직접 모아야 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소비와 금융 생활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지만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앞서고 있다"며 "다만 이 정보의 소중함을 알고 개인 단위로 이해하고 분석하려는 노력을 안 해봤기 때문에 서비스가 부족했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용자들의 빠른 참여도 강점이다. 그는 "고객들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속도가 오픈뱅킹 도입 때보다 마이데이터 도입 때가 훨씬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개별 금융사나 기업들은 각종 정보를 보다 정교하게 구분하고 분석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조 CDPO는 "지금 현 수준으로 월별 지출을 보여주고 증감을 알려주는 것은 고객에게 큰 도움이 안 된다"라며 "더욱 자세하게 파고든 분석을 제시해야 고객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고 더욱 정교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지출 관리 등의 서비스가 있고 없고 차원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있고 정교하게 만드는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금융 정보의 영역 확대도 풀어야할 숙제다. 현재 마이데이터가 적용된 분야는 금융에 한정돼 있다. 조 CDPO는 "아직 연금, 신탁은 물론 이커머스 소비 세부 품목 등과 같은 정보도 다소 부족한 상태"라며 "여기에 부동산, 자동차 등과 같은 자산에 대한 정보도 모두 제공돼야 개인의 자산을 완벽히 파악하고 각종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부문의 정보가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제대로 초개인화된 자산관리가 가능하려면 부동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필수라는 설명이다. 전자 등기로 많은 정보들이 이미 전산화가 진행된 점은 장점이다. 조 CDPO는 "각종 프롭테크(부동산에 IT를 접목한 산업) 시장이 발달하면서 아파트 뿐만 아니라 빌라, 다세대, 토지까지 감정 평가가 수월해지고 있다"며 "여기에 가상자산 정도만 더 제대로 추가하면 개인의 자산을 거의 완벽히 파악하고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통신과 건강, 의료 정보까지 마이데이터 분야를 확장할 수 있다고 봤다. 이미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사업 수요조사에서 66개 기관이 참여한 바 있다. 조 CDPO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정부 주도하에 일괄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없다"며 "의료와 통신 등 각 데이터를 융합하고 분석하면 더욱 세계적인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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