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송승섭기자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송승섭 기자]# 서울 광진구에 사는 권진석씨(24·가명)는 기초수급자다. 지난해 말 월세를 낼 방법이 없어 ‘햇살론 유스’로 돈을 빌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잘리면서 원리금을 갚기도 빠듯해졌다. 두 달 전부터는 연체가 시작됐다. 갚아야 할 금액은 477만3200원. 권씨는 불이익이 생길거라는 은행 직원의 말을 듣고 대위변제(대출금을 국가가 대신 갚아줌)를 받을지, 상환기간을 늘리는 채무조정을 선택할지 고민중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국가에 손을 벌리고 있다.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리지만 이것도 갚지 못해 국가가 대신 갚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햇살론 유스 대출건수는 9만1222건으로 집계됐다. 시행 초였던 2020년 5만7868건에서 1년 만에 57.6%(3만3354건) 늘어났다.
햇살론유스는 대학생과 청년의 자금애로 해소를 위해 만든 서민금융상품이다. 만 34세 이하면서 연소득이 3500만원 이하인 자가 대상이다. 취업준비생이거나 사회초년생(중소기업 1년 이하)인 경우에만 빌릴 수 있다. 최장 15년간 연 3.5% 금리로 1인당 최대 12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대출규모도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3452억 이었는데 전년 대비 54.5% 확대됐다. 햇살론 유스는 애초 반기별로 500억~600억원가량의 신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동안에만 2132억원의 대출집행이 이뤄졌다.
문제는 저렴한 금리에도 원리금을 내지 못하는 청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위변제액이 빠르게 치솟았다. 햇살론 유스는 부실이 발생하면 국가가 청년 대신 은행에 돈을 갚아준다. 햇살론유스가 본격적으로 나가기 시작한 2020년 대위변제금은 4억5800만원에 불과했다. 2021년 상반기가 되자 64억원으로 확 뛰더니 하반기에는 160억원까지 올랐다. 35배에 달하는 증가세다. 해당 통계는 구상채권으로 회수한 자금은 제외했다. 실제 발생했던 부실규모는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햇살론 유스 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연체와 부실이 증가하는 속도가 얼마나 더 빠른지를 보여주는 대위변제율도 증가추세다. 2020년 0.2%였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상반기 1.9% 하반기 2.9%로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햇살론 유스의 대출증가 속도가 빠르고 대출기간도 긴 것을 고려하면 청년부채의 질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