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욱기자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량이 1만 건 넘게 급감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이자 물량이다. 최근 전세 대출 재개로 급전세가 소진되고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를 틈타 집주인들이 매도를 위해 물건을 거둬들인 탓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전·월세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임대차3법 2년을 맞는 8월 이후 소위 ‘임대차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4만1694건으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달 9일 5만2286건에 비해 1만592건(20.3%) 줄었다. 전세 물량이 3만2168건에서 2만5790건으로 19.9%(6378건) 줄었고, 월세 물량은 2만118건에서 1만5904건으로 21.0%(4214건) 감소했다.
이 기간 성북구가 -28.5%로 감소율 1위에 올랐고 이어 강동구(-27.9%), 광진구(-27.6%), 송파구(-27.1%), 도봉구(-24.1%) 등의 감소 폭이 컸다. 고가 및 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남구도 -20.8%를 기록하는 등 25개 구 가운데 11개 구가 20% 넘게 줄었다.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곳은 22개 구에 이른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지난 3월 5일에는 5만2398건까지 증가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시중은행이 전세 자금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한 것을 전월세 물량 감소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성북구 소재 A공인중개사무소(공인) 대표는 "그동안 쌓여 있던 물건이 최근 한꺼번에 소진됐다"면서 "최근 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전세 물건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공식화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 탓에 이번 혜택을 이용해 일부 전·월세 물건을 매매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물건은 6.4% 늘어났다. 증가율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광주(40.4%), 인천(7.0%)에 이어 세 번째다. 송파(11.6%), 금천(11.6%), 강북(11.6%), 성북(11.4%) 등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8개 구가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전·월세 물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가을 전세대란의 전조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 임대차3법 시행 2년이 되면서 8월부터는 5%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 신규 계약이 가능해진다. 이 때 집주인들이 그동안 눌려 있던 전셋값 4년 치를 한 번에 올릴 경우 전·월세 가격이 치솟게 되면서 임대차 시장이 또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올해도 공시가격 급등으로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커진 만큼 세입자에게 조세 부담을 전가하는 임대인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새 정부도 이 같은 우려를 인식, 세입자와 장기간 계약하거나 인상률을 5% 이하로 제한하는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대차3법을 손질하는 방안도 우선 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임대차3법에 대해 "임차인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법이지만 획일적 적용으로 실제 작동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