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국 내에선 잘 모르지만, 외국에 가면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체형이 비교적 날씬하고 당뇨나 비만 등 성인병이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동안엔 단순히 채소나 발효식품을 많이 먹는 식생활 때문이거니 여겨져왔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건강한 한국인의 장에 사는 유익균이 외국인에 비해 비만, 대사증후군, 제2형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에 더 강력한 예방 효과를 갖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정숙 생물자원센터 박사팀이 장내 미생물 중 하나인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 이하 아커만시아) 균주의 유전체 비교 분석을 통해 해당 균주의 특징과 다른 균주들과의 경쟁 우위를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를 통해 향후 한국인 맞춤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개발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커만시아는 장 점막에 서식하는 균주로서 장 건강을 비롯해 비만, 대사증후군, 제2형 당뇨병과 같은 다양한 대사장애와 폐암, 피부암 환자의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의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외 여러 기업에서 연구개발 및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커만시아 균주의 치료 효능이 균주의 유래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나 그 원인에 관해서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건강한 한국인의 분변으로부터 아커만시아 균주를 확보하고 해외 유래 균주들과의 전장 유전체 비교 분석(whole-genome sequencing)을 진행했다. 이 결과 한국인의 장에서 발견되는 아커만시아 균주에만 특이적으로 설파타제라는 효소의 활성 조절 유전자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영양분인 점액(musin)의 분해력이 우수해 그 부산물을 주변의 유익균에게 제공할 수 있다. 또 장내 병원균의 생장을 저해해 장내 정착과 다른 장내 미생물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진화됐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정숙 박사는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로 각광받는 아커만시아의 치료 효능이 균주별로 상이하고 대부분의 연구가 해외 유래 균주로 수행되는 아쉬움이 있었다”라며 “한국인으로부터 분리한 아커만시아 균주의 경쟁우위를 토대로 한국인 맞춤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 개발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Gut Microbes'(IF 10.245)에 지난달 9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