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142’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사저 주인이 SK네트웍스에서 SK(주)로 바뀐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SK(주)는 이달초 이사회에서 SK네트웍스로 부터 서울시 삼청동에 자리한 ‘SK 삼청 행복연수원’을 매입키로 결정했다. 현재 연수원 부지의 공시지가는 ㎡당 634만원이며 매매금액은 366억원이다. 오는 3월31일 최종 매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행복연수원은 과거 ‘선혜원’으로 불리던 곳으로, 지난 1968년 최종건 회장이 매입해서 사저로 쓰던 건물이다. 최 회장이 새 집을 마련했을 당시 일본의 지인이 풍수지리적으로 집 터의 기가 강하니 이사를 가라고 권유했지만, 최 회장은 "내 기가 집터보다 더 세니 염려말라"고 했던 일화가 전해진다.
최 회장 사후 그룹의 모태기업인 SK네트웍스(옛 선경직물)가 50년 넘게 대대로 관리해왔다. 지난 1990년 선혜원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임직원 교육과 워크숍을 위한 연수공간으로 활용해왔다. 2005년에 건물 리모델링 이후 인재육성 등을 위한 공간으로 SK네트웍스가 ‘삼청 행복연수원’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을 해왔다.
그러나 내달부터 그룹 지주사에서 관리를 도맡게 된다.
SK 관계자는 "오랫동안 직원 연수나 회의 시설로 사용해왔던 공간"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자산 활용 방안을 검토해오다가 드물게도 서울 시내에 위치한 연수원이라는 점에서 지주사가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매입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리모델링이나 추후 용도 계획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면접장소로 활용됐던 행복연수원(자료:SK네트웍스)
창업주 사저라는 그룹 내 상징적 의미가 담긴 건물의 매매 시점이 공교롭게도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부침(浮沈)’과 맞물려서 눈길을 끈다.
최종건 회장의 둘째 아들인 최 전 회장은 지난달 횡령 및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를 한 상태다. 2016년 SK네트웍스 회장으로 오너 경영에 나섰지만, 불과 3년 만에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셋째 아들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2019년 계열사였던 SK건설 지분 전량 매각하면서 SK디스커버리를 중심으로 한 독립 경영에 나섰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종건 회장의 동생인 최종현 회장의 아들이자 최종건 회장의 조카다.
최신원 전 회장의 공백으로, 그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 총괄은 2019년 기획실장으로 SK네트웍스에 몸담은 이후 투자관리와 인수합병(M&A) 업무를 도맡아 경영 수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 자사주 17만여주를 장내 매입하는 등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다. 개인 최대 주주인 최 총괄의 지분율은 1.89%이며, 부친인 최 전 회장의 지분율은 0.84%다. 최대주주는 SK(주)로 39.1%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