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의회에 보고서를 하나 제출했다. 우주에 대한 영향력 강화와 국가적 관심을 촉구하는 이른바 ‘럼스펠드 보고서’다. 여기엔 미국의 새로운 우주개발 정책이 담겨 있었다. 시대마다 반복되는 글로벌 패권 경쟁에는 대상이 분명하다. 18세기 식민지 건설에는 바다, 20세기엔 하늘, 그리고 지금 21세기는 우주를 선점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건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반세기 전 인류가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우주를 향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더불어 인류의 사고와 삶의 영역도 확대됐다. 불확실성이 높은 우주개발에선 도전과 실패를 통해 과학기술이라는 막대한 과실을 얻는다. 다양한 과학과 기술이 집약된 우주는 그동안 선진국의 전유물로 국가의 위상을 대신했다.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해 구소련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던 케네디 대통령 시절처럼 우주는 정치적인 비전이 되기도 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저가상품을 제조하는 개도국에서 2003년 선저우 5호의 유인 우주비행 성공으로 첨단기술국의 이미지를 심었다.
1990년대 냉전체제의 해체로 침체기를 겪은 우주개발은 2000년대 들어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정부가 구축한 우주 인프라를 이용하는 상업적 개발로 우주경제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로켓 재사용과 초소형 위성 개발의 기술 혁신으로 발사체와 위성생산 비용이 줄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진 덕분이다.
지금 개발 자금의 약 80%를 담당하면서 상업화를 주도하는 민간기업은 테슬라의 스페이스X, 아마존의 블루오리진, 영국의 버진갤럭틱이 글로벌 3대 사업자다. 여기에다 각국의 스타트업이 속속 진입하고 있는 건 데이터통신, GPS, 기상관측 등 위성 기반의 막대한 잠재적 시장 때문이다. 인공위성이 제공하는 엄청난 데이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융합으로 2040년까지 우주경제의 50~70%는 위성 브로드밴드 인터넷서비스가 주도하고, 현재 연간 1000억달러 시장이 20년 후에는 1조달러로 증가한다는 게 모건스탠리 컨설팅그룹의 ‘우주산업보고서(2020)’ 예측이다. 소형위성 1만2000개를 띄워 전 세계에 초고속 위성 인터넷망 구축을 계획하는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프로젝트로 이미 지난해에 1000개의 소형위성을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달과 화성 더 나아가 우주를 향한 도전은 신대륙을 향한 열강들의 탐험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 러시아를 대체한 중국이 있지만, 개도국도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976년 통신위성을 발사했고, 아랍에미레이트는 아랍권 처음으로 화성탐사선 ‘아말’의 발사에 이어 소행성 탐사 계획을 밝혔다.
나로호 성공에 이어 지난 10월 누리호로 발사체 독자개발로 결실을 거둔 우리 정부도 올 들어 10년 계획의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정부는 미국 주도의 달 탐사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참여도 밝혔다. 2024년까지 달에 유인 우주탐사선을 보내는 공동개발 참여는 다행이지만, 새로운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 공동건설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이제 본격화하는 우주산업의 진입을 위해서는 국제협력과 거대 과학정책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산업정책의 로드맵에서 다음 개발로 넘어가는 과정마다 예산 투입의 예타기간을 진행 중인 사업과 연계해 인력과 투자가 끊기지 않도록 사업단계별로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우주사업은 1달러 투자가 7~12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저서 ‘부의 미래(2006)’에서 밝힌 통찰이다. 막대한 부를 창출할 우주. 민간자본이 참여할 인프라에 집중할 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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