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은 중국어 통일 위해 만들어졌다'…'역사 왜곡' 국어 교재 논란

"훈민정음은 한자 발음기호"…'역사 왜곡' 논란
출판사 "해당 도서 즉시 판매 중단…진심으로 사과"

역사왜곡 논란이 일은 독학사 교양 국어 교재 내용.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한 교육전문서적 출판사의 독학사(대학 학위 검정고시) 교재에 훈민정음과 관련한 잘못된 내용이 담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역사왜곡 논란이 커지자 문제의 출판사는 "해당 도서 판매를 중단하고 전량 폐기하겠다"고 사과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대교육' 출판사의 독학사 교양 국어 교재에서 훈민정음에 관한 이상한 내용을 봤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한국에서 정규교육을 받아 본 적 없는 해외파인데 훈민정음 설명이 맞는 건지 궁금하다"며 해당 교재 내용을 캡처해 올렸다.

이 교재 속 '훈민정음과 한자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는 '훈민정음은 중국어(문자)를 통일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한국어를 표기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문자(한자)의 발음을 쉽게 표기함으로써, 자음을 정립하여 중국어를 통일하는 것이 훈민정음의 목적이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교재는 '훈민정음은 중국에 반포했다'며 '한자의 발음을 표기하는 것(훈민정음) 등 세 가지 정책은 모두 중국에서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훈민정음 창제 목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훈민정음 서문에는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문·한자와 서로 통하지 않기 때문에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세종)가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들이 쉽게 익혀 날마다 편히 쓰도록 하고자 한다"고 나와 있다.

즉 훈민정음을 창제한 목적은 빌려 쓰고 있는 중국글자를 대신해 우리말에 맞는 새 글자를 만들어 민족 자주정신을 고양하고,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이 보다 쉽게 문자를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출판사 '시대교육' 홈페이지 화면 캡처.

상황이 이렇자 누리꾼들은 이 교재가 역사왜곡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당장 이 출판사 불매운동 해야 한다", "실수가 아니라 고의인듯하다. 의도가 너무 투명해서 화가 난다", "훈민정음에 이미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다르다'고 나와 있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출판사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도서는 즉시 판매를 중단하고 재고 도서는 전량 폐기를 결정했다. 서점 및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도서 또한 모두 판매를 중지하고 회수하여 폐기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의 가치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교육기업으로써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인 훈민정음에 대한 잘못된 내용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으로 앞으로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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