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창의성·의사소통·팀웍 떨어뜨려”

의사소통 방식 협소해지고 실시간 대화 줄어…시간낭비 회의는 5% ↓

(사진제공=게티이미지)

[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재택근무 탓에 창의성, 의사소통, 팀웍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공룡 정보통신(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나왔다.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소재 MS의 연구진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후의 자사 직원들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12월부터 발생 후인 지난해 6월에 걸친 6만1000명 이상의 데이터다.

연구진은 온라인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 9일(현지시간)자에서 재택근무로 직원들의 의사소통 방식이 좀 협소해지고 실시간 대화도 줄었다고 밝혔다.

각 부서간의 새로운 정보 취득 및 공유 역시 더 어려워졌다. 부서의 벽을 넘어 직원들간의 협업 시간은 25% 줄었다. 새로 협업하게 되는 동료가 등장하는 시차는 늘었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나아진 것도 있다. 기존 인적 네트워크 안에서 직원들간의 의사소통이 잦아졌다는 점이다. 상호관계도 더 끈끈해졌다.

재택근무로 ‘너무 길다, 시간 낭비다’라고 비난받곤 하는 회의에 들어가는 시간은 5% 줄었다.

재미있는 것은 재택근무로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물론 이메일과 인스턴트 메시지 송수신 건수도 늘었다는 점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재택근무가 일을 더 열심히 하도록 내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근무 외 시간이지만 일과 관련해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 금방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아 정리할 수 있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추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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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재택근무령이 내려지기 전 이미 재택근무 중인 MS 직원은 18%였다. 연구진은 재택근무령 이후 변한 직원들의 행동에 주목했다. 일례로 재택근무에 들어간 직원들은 집에서 일하며 아이나 도움이 필요한 가족까지 돌보는 가운데 스트레스와 불안감까지 겪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 하스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홀츠 조교수는 "과거에 재택근무의 인과효과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며 "직원들 중 극히 일부에게만 재택근무가 허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상황은 바뀌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인력은 거의 모두 재택근무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홀츠 조교수는 "재택근무령 덕에 직원들이 서로 어떻게 의사를 소통하며 협력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특이한 기회가 생겼다"고 평했다.

연구진은 재택근무로 직원들의 협업양태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자신이 재택근무 중일 때, 동료가 재택근무 중일 때 모두 업무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홀츠 조교수는 이와 관련해 "‘하이브리드’ 근무정책을 고려 중인 MS 같은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동료가 사무실에 있으면 사무실 안에 있는 직원이든 밖에 있는 직원이든 의사소통과 정보의 흐름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직원들이 자기에게 최상인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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