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고점 논란…PC용 이어 서버 D램 전망도 '먹구름'

서버 D램 올해 4Q~내년 1Q까진 상승 둔화 전망
코로나19 이후 서버 출하 패턴 '상고하저'로 변화
서버 업체 D램 재고량 충분해 당분간 가격 인상 어려울 듯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최근 PC용 D램 중심으로 가격 고점 논란이 점화된 가운데 견조한 수요가 예상됐던 서버용 D램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서버 업체들이 올 상반기 적극적으로 재고를 늘린 탓에 서버용 D램 가격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는 오르지 못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17일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서버용 D램 가격은 3분기 전기 대비 5~10% 오르겠지만 4분기에는 추가 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업계의 서버 출하 패턴이 ‘상저하고’에서 ‘상고하저’로 바뀐 데다 서버 업체들의 D램 재고량도 6주 이상으로 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서버 출하량은 전년 비 5.4% 늘어난 1360만2000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연간으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1분기 292만대, 2분기 344만대, 3분기 374만대, 4분기 349만대 수준으로 2~3분기 정점을 찍고 4분기로 갈수록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핵심 부품인 서버용 D램 가격도 서버 출하량에 연동된다. 2분기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DDR4 32GB RDIMM 기준)은 전기 대비 20~25% 급등했다. 7월 고정가도 전월 비 6% 상승한 160달러로 집계됐다. 서버 출하량이 2~3분기에 집중되면서 서버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D램 재고를 쌓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결과다.

또한 전문가들은 ‘서버 출하량 증가=서버 D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공식이 올해 4분기 이후 깨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제품 출시나 제품 교체 주기에 따라 정해진 수요가 예상되는 PC·모바일용 D램시장과는 달리 서버용 D램시장은 상대적으로 수요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는 북미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서버용 D램 재고량을 크게 늘리면서 가격이 오르고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듯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D램 공급 업체와의 가격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서버 업체 전략에 따른 ‘공급 부족 착시 현상’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서버 업체들이 이중·삼중 계약을 통해 서버용 D램 공급 부족 상황을 만들면 일단 D램 공급 업체들은 점유율 확보를 위해 설비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게 된다. 서버 업체들이 재고를 충분히 비축한 상태에서 시장이 공급 우위로 전환되면 결국 서버 업체들이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공급사들은 따라가는 구조가 형성된다. 게다가 북미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고 충분한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전략을 언제든지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서버D램 시장은 공급 부족 상태가 아니기에 (가격 상승을 위해선) 수요처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몇 달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다만 공급사 재고가 1~2주로 타이트하기 때문에 급격한 가격 하락보다는 소프트랜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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