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유예가 키운 불확실성…리스크 관리 돌입하는 저축銀

소득감소 확인하고 연체이력 살펴보고
업계 "부실규모 아직 걱정할 정도 아냐"
9월말 끝나는 금융지원책 또 연장될까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저축은행이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에 따른 위험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의 잇따른 연장·유예조치로 부실 리스크를 확인하기 어려워지자 자체 관리에 나선 것이다. 금융지원 정책이 또다시 연장되면 업계 불확실성이 극에 달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A저축은행은 현재 연장·유예를 신청한 고객의 소득감소분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지원 정책이 끝났을 때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중기·소상공인이 얼마나 될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 금융권은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해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

B저축은행의 경우 연장과 유예를 희망한 고객의 과거 연체 이력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체 이력이 많을수록 추후 떼일 위험이 크다고 본다. 연장·유예 정책을 활용한 고객 중 위험한 연체자가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고 대비하는 게 목적이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정책이기에 조건에 들어맞으면 만기연장과 상환유예가 이뤄진다"면서도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 사전대비 차원에서 확인해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 만기를 연장하거나 상환을 유예한 고객의 잠재적 부실 여부를 파악할 방법은 없다. 통상 금융권은 대출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채권이 ‘고정’이다. 고정이하여신은 부실로 본다. 코로나19에 따른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대출은 ‘정상’여신으로 분류한다. 돈을 빌려준 은행 입장에선 금융지원책 종료 후 대출자가 돈을 갚을 수 있을지 확실히 파악하기 어렵다.

위험 적어도 금융지원 또 연장되면 "부실 장담 못해"

그럼에도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해 리스크 확인에 나선 건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정책이 장기간 이어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관련 정책을 실시해왔다. 애초 6개월 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2차례 연장됐다.

리스크를 분석한 저축은행들은 아직 연장에 따른 위험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 리스크를 살펴봤다"며 "전체 대출액 중에서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가 차지하는 금액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귀띔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25일까지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에 쓰인 금액은 전 금융권을 통틀어 약 204조4000억원 규모다. 만기연장에 192조5000억원이, 원금과 이자상환 유예에 각각 11조7000억원과 2000억원이 투입됐다.

다만 정확한 부실규모를 파악하지 않아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정부는 9월 말 종료 예정인 금융 지원의 추가 연장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9월 말까지 설정돼있는 금융권 채무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 금융 지원에 대해 연장 여부 등을 9월 중 검토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를 재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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