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와 동료 못해'…'핑크 마스크' 쓴 미국 펜싱 남자 에페팀

미국 펜싱 대표팀 선수 3명이 성추행 의혹 선수에 반대하는 뜻으로 분홍색 마스크를 끼고 30일 도쿄올림픽 펜싱 경기장에 등장했다. [사진제공=NBC New York]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도쿄올림픽 펜싱 경기장에 미국 남자 에페 대표팀 선수 4명 중 3명이 핑크 마스크를 끼고 등장한 가운데 선수 한 명만 마스크 색깔이 달랐던 이유가 알려져 화제다.

31일 USA 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핑크 마스크는 미국 대표팀에 성범죄 혐의가 있는 앨런 하지치가 포함된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집단행동이었다.

하지치는 지난 5월 도쿄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 선수 3명이 2013~2015년 사이 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하지치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그가 컬럼비아대 시절인 2013~2014년에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미국 스포츠 인권기구 세이프 스포츠는 지난 6월 하지치에 선수 자격 잠정 정지 처분을 내렸고 하지치는 항소했다.

이후 항소가 받아들여져 세이프 스포츠 중재위원이 징계를 해제하면서 하지치는 후보 선수로 미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다만 세이프 스포츠는 징계를 해제하면서도 하지치와 다른 선수들 간의 접촉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하지치만 혼자서 도쿄로 향했고, 올림픽 선수촌과 30여 분 떨어진 호텔에서 혼자 생활했다.

경기 당일 팀 동료 커티스 맥도월드는 하지치에게 마스크를 나눠줬다. 그런데 하지치가 받은 마스크만 색깔이 달랐다. 하지치는 검은색이었고, 나머지 3명은 핑크였다.

미국 펜싱 대표팀 선수 3명이 성추행 의혹 선수에 반대하는 뜻으로 분홍색 마스크를 끼고 30일 도쿄올림픽 펜싱 경기장에 등장했다. 검은색 마스크를 낀 선수가 의혹을 받고 있는 앨런 하지치다. [사진제공=The Mercury]

미국 여자 펜싱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이브티하즈 무함마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진을 올린 뒤 "미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이 하지치만 제외하고 모두 핑크 마스크를 꼈다"며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 행동이었다"고 썼다.

한편 하지치는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내 이야기를 결코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며 "증거를 확인하려 하거나 내 감정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팀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