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야 예쁘죠' 무작정 굶고 토하고…병드는 1020

앙상하고 마른 몸 추구하는 1020 여성 늘어
원하는 몸매를 만들기 위해 단식, 먹고 토하기 등 극단적인 식이 조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통해 함께할 사람 구하기도
전문가 "미디어에서 선호하는 외모·몸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내면화하는 것"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여리여리한 분위기를 갖고 싶다.", "우리 학교에서 내가 제일 말랐으면 좋겠어."

1020 여성들 사이에서 앙상하고 마른 몸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단식, 물만 마시는 단식,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 등 극단적 절식을 통해 체중을 감량한다. 특히 옷이 가벼워지는 여름이나 개학·개강철을 앞두고 체중을 감량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사이에서 마른 몸을 가진 사람은 이른바 '개말라', '뼈말라' 등으로 불리며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을 가진 연예인을 두고 "태생부터 '개말라 인간'이어서 갓생 산다"며 부러움을 표했다. 갓생이란 갓(God·신)와 인생이 합쳐진 신조어로 이상적이고 멋진 인생을 뜻한다. 마른 몸이 이상적인 삶의 전제 조건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극단적 절식을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하기도 한다. 이들은 서로의 계정을 팔로우해 식단 조절하는 법부터 체중 감량 의지를 자극하는 사진 및 문구 등을 공유한다. 절식으로 인한 건강 이상을 염려하는 주변인의 식사 권유를 '먹임'이라 부르며 '먹임당하지 않는 법', '먹임 피하는 법' 등의 노하우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마른 몸 등 극단적인 관리를 위해 10대들은 트위터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을 찾기도 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상적인 체중에 대한 기준도 정해져 있다. 키에서 120~125, 125~130을 뺀 만큼의 체중을 가진 사람을 각각 '개말라 인간'과 '뼈말라 인간'으로 지칭하는 등이다. 예를 들어 160kg의 사람이 '개말라 인간'이 되려면 키에서 120~125을 뺀 35~40kg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대한비만학회, 비만치료지침에서 비만도(BMI) 기준에 따르면 심각한 저체중에 해당한다.

특히 이들 중 자신을 10대로 소개하는 사람이 많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국내 거식증 환자 8417명 중 10대 여성 청소년이 1208명(1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남성은 2071명(24.6%), 여성은 6346명(75.4%)으로 여성 환자가 3배 이상 많다.

마른 몸에 집착하는 강박관념은 거식증·폭식증 등 섭식장애로 이어지기 쉽다. 체중이 조금이라도 늘면 불안감, 자괴감 등을 느끼며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기 때문이다.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 외모지상주의, 마른 몸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와 미디어 등에 휘둘리며 과도한 다이어트를 할 경우 성장, 발육에 해롭다. 극단적인 식이 제한은 빈혈, 탈모,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며 특히 뇌 성장이 진행되는 청소년기에는 강박장애, 우울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거식증은 정신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에도 독일의 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거식증으로 인한 순환계 심장마비로 사망한 바 있다.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사망 이틀 전 마신 커피 한 잔이 그가 최근 먹은 유일한 식사였다.

전문가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성장과정을 주목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 교수는 "성장과정에서 주양육자 혹은 미디어로부터 외모, 몸매를 관리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이를 내면화하게 된다"며 "미디어에서 선호하는 외형, 몸매를 내면에 각인하면서 점점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경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NS를 통해 함께할 사람을 모집하는 경향에 대해선 "혼자 체중 감량을 하면 의지력이 약해질까봐 동료를 구하는 것"이라며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위안을 받고 싶어하는 심리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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