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무슨 일이…꿈의 직장 고용 악몽

억대 연봉·고액 성과급
각광 받는 판교 게임업계
고질적 고용불안 수면위로

개발자들 사내 구인구직
"조건 따라 이동" 업계 특성 이견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억대 연봉, 고액 성과급, 복지 천국 등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판교 게임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넥슨의 대기발령 사태를 계기로 게임업계 개발자들의 고질적인 고용불안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봉·근무환경에 따라 자유롭게 이직하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노동조합은 최근 직원 16명의 대기발령 조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년 이상 전환 배치를 기다렸던 직원들이다. 개발자들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전환 배치, 권고사직 등 고용불안 문제는 오랜 관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형게임사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게임업계에선 고용불안이 너무 당연시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게임 프로젝트가 무산될 경우 수십명으로 이뤄진 개발자 조직 자체가 이른바 ‘폭파’된다. 수십명의 개발자들은 ‘전환 배치’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 때부터 개발자들은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이미 정규직으로 입사했음에도 불구 이력서, 자기소개서, 심지어 포트폴리오까지 제출하며 사내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이마저도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개발자들은 입을 모은다. A씨는 "기본적으로 조직장은 전환배치자를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이 과정에서 자존감이 하락하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회사 측은 충분한 기회를 줬고 대부분이 업무 재배치를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넥슨의 경우 2019년 8월부터 현재까지 600명의 전환 배치 대상자 가운데 대다수가 내부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게임사 관계자는 "개발자도 결국 실력주의"라면서 "프로젝트가 무산되도 능력 있는 개발자들은 오히려 연봉을 올려서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반면 관련없는 업무에 강제 배치돼 퇴사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매출 10위권 게임사에서 근무하는 개발자 B씨는 최근 중국의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가 막히면서 45명에 달하는 팀원이 전환 배치 상태에 놓였다고 밝혔다. 현재 B씨는 ‘지원 조직’에 배치됐지만 해당 팀은 다른 팀들이 손이 부족할 때 도와주는 팀으로 개발 조직이 아니다. B씨는 "개발자 능력에 따른 것이라는 여론도 있지만 회사가 프로젝트 진행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론 내는 상황"이라며 "평판조회 때문에 불만제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대형 게임사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4~5년에 불과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다 나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밀려나는 경우도 있다"면서 "개발자들이 연봉이나 근무환경만 보고 움직이는 게 게임업계 현실인 만큼 일반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게임업체들이 사내 인력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조 지회장은 "게임산업이 급성장했지만 내부적으로 인력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한 상황"이라면서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 됐음에도 예전 방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도 일 안하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인사팀의 배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내 내부 인력시장을 만들어 전체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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